《새해엔 ‘주가 네자리수 시대’가 다시 열릴 수 있을까. 종합주가 1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580선까지 미끄러지는 아픔을 겪었던 2002년 증시를 마무리하면서 새해엔 주가가 상승해 ‘돈복’이 터졌으면 하는 바램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2·4분기(4∼6월) 말이나 3·4분기(7∼9월) 초에 ‘주가 1000시대’ 진입을 다시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1·4분기(1∼3월)에는 650선까지 밀리는 고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부동산 값이 많이 떨어지거나, 미국 경제와 증시의 회복이 늦어지고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면 ‘주가 네자리수 시대’ 실현은 2004년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
▽새해 증시 흐름을 좌우할 이슈들〓수출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최대 관심사다. 올해는 미국에 대한 수출이 부진했지만 중국 수출이 늘어 하반기부터 두자리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예상보다 10억∼2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중국과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나,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기업의 이익이 매출증가와 함께 늘어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상장회사는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감소에 의한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되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려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을 이겨내고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주가가 하락하거나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가차별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 민영화가 주목의 대상이다. 올해 민영화된 KT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 공기업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갖고 있는 은행 지분을 팔아야 한다. 주인찾아주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증시에 공급되는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넷째, 부동산값 추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투기조사 강화로 뜀뛰기하던 부동산값이 안정을 찾고 있다. 내년에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져 부동산값이 많이 떨어지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다섯째, 유가와 환율의 변동. 베네수엘라 파업과 미-이라크 긴장고조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30달러를 넘어섰다. 내년에는 24∼26달러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미-이라크 전쟁이 일어나 장기화되면 40달러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달러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지면 수출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1·4분기가 바닥, 3·4분기가 피크〓대우증권은 종합주가가 내년 3∼4월까지 640∼760의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다 2·4분기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3·4분기말에 1035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주가수익비율(PER)나 주당순자사산가치(BPS)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종합주가지수는 650∼960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평균은 820포인트. 올해 평균(763)보다 7.4%, 12월18일 종가(709.22)보다는 최고 35.4% 정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내년 종합주가지수 범위를 650∼950선으로 제시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은 적정지수가 1126이라고 밝히고 지수가 849∼1056에서 변동할 것으로 내다봤다.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