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는 적극적인 청약, 투자자는 보수적인 관리.’ 전문가들이 말하는 내년 부동산 투자의 키워드다. 시장이 안정될 전망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상품에 일관된 투자 논리를 적용할 수는 없는 법.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 부동산 시장과 그에 맞는 상품별 투자 요령을 소개한다.
▽시장 안정 장기화〓2000년 이후 지속된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가 내년에는 주춤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 특히 아파트 값은 고공행진을 마감하고 안정기에 접어든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최성호 현대산업개발 상무는 “그간 집값을 끌어 올렸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정부 규제에 묶여 있는 데다 서울 강남권 일반 아파트도 가격이 너무 올라 있어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규 분양은 여전히 잘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P&D 김병석 사장은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공급 부족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내년에도 분양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분양이 잘된다면 프리미엄도 높기 마련.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입지여건을 감안한 적극적인 청약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분양권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 내년 9월부터는 전매 제한 조치에서 풀리는 분양권이 시중에 유통된다. 이에 따라 새로 나오는 분양권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월간지인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그간 거래가 제한됐던 새 아파트 분양권이 내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택지지구 땅 투자 1순위〓땅값 상승률은 올해보다는 덜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석 사장은 “최근 들어 도심 토지시장이 안정되는 분위기”라며 “내년 땅값은 올해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일대 일반 토지도 마찬가지. 특히 내년부터는 준농림지 제도가 없어지기 때문에 땅을 잘못 샀다가는 돈이 묶이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기존 준농림지가 녹지 등으로 용도가 제한되면 개발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지는 여전히 투자 1순위로 꼽혔다. 김형순 대일에셋감정평가법인 감사는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지는 주거여건이 뛰어날 뿐 아니라 공급 자체가 한정돼 있어 언제라도 투자할 만 하다”고 추천했다. 그는 또 “택지지구 주변 토지도 상가 등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미리 확보해 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상가 전망 엇갈려〓상가는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종목.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가 줄어 상가 수익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분양 대행업체인 리얼티소프트 박재열 실장은 “시중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테마상가가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내년 경기가 올해만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가 투자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도 눈여겨봐야 할 변수. 임차인 권리가 대폭 강화되는 만큼 상가를 사서 세를 놓으려는 사람들은 임대료 등 임대차 조건을 잘 살펴야 한다.
반면 일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상가를 노려보라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김형순 감사는 “재래시장이나 도심 상가 가운데 초기 투자비가 적고 임대가 잘되는 소형 상가가 불황을 이겨내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경매투자 “좀 더 기다려야”〓경매시장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빛을 발하는 곳. 내년 경매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 당장 경매가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가 악화된다고 해도 투자할만한 물건이 입찰에 부쳐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재열 실장은 “올해 경매시장은 우량 물건이 줄고 입찰자도 감소한 게 특징”이라며 “경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점쳤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