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펀드시장 결산]주식형, 천당-지옥 오락가락

  • 입력 2002년 12월 25일 20시 26분


올 하반기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형 펀드는 고전하고, 미국 국채펀드는 인기를 끌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에서 젊은 부부가 투자 상담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 대한투자신탁증권
올 하반기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형 펀드는 고전하고, 미국 국채펀드는 인기를 끌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에서 젊은 부부가 투자 상담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제공 대한투자신탁증권
2002년은 한국 펀드시장에 화제가 많았던 해였다.

주식시장이 4월 937포인트까지 상승하자 회사들이 잇따라 대표 펀드들을 내놓았고 10월에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 도입됐다.

반면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금리예측을 잘 못한 펀드의 희비가 엇갈렸고 환 헤지를 하면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수익증권과 파생상품 거래 등으로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리는 채권형 펀드들이 잇따라 시장에 나왔다. 적금을 붓듯이 펀드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활성화된 것도 큰 특징이다.

▽주식형 대표펀드 잇따라〓연초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딛고 힘차게 오르자 많은 투신운용사들이 주식형 펀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 크고 오래가는 ‘대표 펀드’로 가꾸겠다고 공언했다.

한국투신운용의 ‘그랜드슬램액티브주식형’, 삼성투신운용의 ‘삼성팀파워90주식형’, 대한투신운용의 ‘갤롭코리아블루칩바스켓’ 등이 이렇게 태어난 펀드들이다. 이들은 ‘주가지수 네 자릿수 시대’라는 기대 속에 탄생했지만 4월18일 이후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를 따라 내리자 수익률이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장지수펀드 첫 상장〓특정 주가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이면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ETF 4개 종목이 10월14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적하는 삼성투신운용의 코덱스200과 LG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코세프, 코스피50지수를 추적하는 한국투신운용의 코덱스50과 제일투신운용의 코세프50은 누가 거래량이 많고 지수를 잘 추적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삼성투신운용에 따르면 13일 현재까지 일 평균 거래량은 코덱스200이 241만주로 코세프의 131만주를 크게 앞섰다. 펀드의 순자산총액은 코덱스200과 코세프50이 상장할 당시보다 각각 75.8%와 8.5% 늘어난 반면 코세프와 코덱스50은 줄어들었다. 네 종목 모두 10월10일 주식시장이 바닥을 친 직후 상장된 덕분에 13일까지 20.8∼21.6%의 수익을 냈다.

▽미국 국채 펀드 인기〓미국 프랭클린템플턴인베스트먼트가 9월부터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한 ‘유에스가번먼트채권펀드’는 두 달 동안 1억1800만달러(약 1400억원)어치가 팔렸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단순한 채권형 펀드지만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환 헤지를 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앤 것이 성공요인.

씨티은행도 메릴린치투자신탁과 함께 11월4일부터 비슷한 구조의 ‘미국국채펀드’를 판매했는데 2주일 동안 1427억원이라는 기록적인 판매액을 나타냈다.

씨티은행은 12월 2차 판매를 했고 미래에셋증권도 미국 피델리티와 함께 미국 국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미달러채권형펀드’를 팔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저금리와 주식시장 불안에 따라 한국 큰손들의 자금이 제3의 대안인 외국펀드에 몰리는 이상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채권형+α 펀드 인기〓금리가 낮아지면서 단순한 채권수익률로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많은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채권에 자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되 다양한 ‘부업투자’로 추가수익을 노리는 펀드들이 줄줄이 시장에 나타났다.

부업의 종류는 주식형 펀드 가입,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투자, ETF 투자 등 다양했다. 금리 관련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금리변동에 따른 손해를 피할 수 있는 안정수익형 채권형 펀드도 선을 보였다.

▽적립식 펀드 활성화〓올 봄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LG투신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펀드에 투자하는 ‘정기투자적금’을 팔기 시작하면서 적립식 펀드 바람을 일으켰다. 19일 현재 10여개 판매사와 운용사가 적립식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에 적금을 붓듯이 적은 금액을 여러 차례 펀드에 투자해 펀드를 적립형 간접투자는 한번에 목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펀드 계좌당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익률 펀드
주식형 펀드운용사설정일6개월 수익률1년 수익률설정이후 수익률
세이고배당장기증권저축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2001-10-270.61 53.46 78.20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 1미래에셋자산운용2001-02-14-2.10 39.60 86.59
TempletonGrowth주식 5템플턴투자신탁운용1999-01-11-7.12 36.46 106.62
OK퍼스트스텝주식B2SK투자신탁운용2001-03-09-10.29 32.89 79.52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2001-07-06-10.22 32.26 74.83
템플턴Growth주식 4템플턴투자신탁운용1999-06-17-9.05 29.75 51.81
템플턴Growth주식 2템플턴투자신탁운용2001-08-28-10.88 24.66 54.53
BUY-KOREA엄브렐러나폴레옹 1현대투자신탁운용2000-02-02-10.28 24.61 -16.34
BUY-KOREA나폴레옹주식2- 6현대투자신탁운용1999-06-05-9.82 24.41 -8.94
BUY-KOREA IR우량기업주식2- 2현대투자신탁운용1999-12-22-9.93 24.21 -6.47
BUY-KOREA나폴레옹주식ST1- 13현대투자신탁운용2000-01-06-10.10 23.89 6.15
BUY-KOREA IR우량기업주식2- 1현대투자신탁운용1999-11-26-9.34 23.80 -21.24
비너스자유로주식02동양투자신탁운용1999-08-27-9.28 23.69 -11.13
마이다스스페셜자산배분형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2000-02-03-6.77 23.39 43.08
BUY-KOREA나폴레옹주식2- 2현대투자신탁운용1

99-04-16

-10.01 23.34 33.48
템플턴그로스장기증권 1템플턴투자신탁운용2001-10-25-13.02 23.24 47.22
BUY-KOREA나폴레옹주식1- 14현대투자신탁운용1999-12-22-9.73 22.99 -11.18
BUY-KOREA나폴레옹주식1- 6현대투자신탁운용1999-06-07-9.80 22.97 18.79
BUY-KOREA나폴레옹주식2- 11현대투자신탁운용1999-06-29-9.72 22.90 -9.99
BUY-KOREA나폴레옹주식2- 14현대투자신탁운용1999-07-20-9.87 22.85 -9.39

수익률 펀드
채권형 펀드
VISION21C파워중기채권G- 2교보투자신탁운용2001-04-103.72 7.98 15.80
VISION21C파워장기채권G- 2교보투자신탁운용2001-10-193.59 7.70 9.69
LG우체국보험기금36채권LG투자신탁운용2001-01-314.17 7.56 13.80
VISION21C파워장기채권G- 1교보투자신탁운용2001-10-093.76 7.53 9.09
VISION21C파워중기채권G- 3교보투자신탁운용2001-07-063.55 7.44 12.33
VISION21C파워중기회사채G- 1교보투자신탁운용2001-02-013.73 7.41 17.84
BEST옵티맥스중기채권III 1조흥투자신탁운용2001-02-083.13 7.35 14.52
삼성멤버스Special 12ALM채권B3삼성투자신탁운용2001-05-183.66 7.14 14.38
삼성멤버스Special 12ALM채권B2삼성투자신탁운용2001-04-133.46 6.89 13.92
삼성멤버스Special 12ALM채권B1삼성투자신탁운용2001-04-133.40 6.83 14.46
한화우체국보험기금채권 1한화투자신탁운용2001-03-062.78 6.55 12.71
VISION21C파워중기 2채권G- 1교보투자신탁운용2001-10-092.92 6.52 7.02
우먼파워추가형중기채권S- 1대한투자신탁운용2000-11-152.79 6.11 17.74
주은알찬단기채권 1국민투자신탁운용2001-02-063.35 6.11 11.51
인베스트제우스단기채권A- 1대한투자신탁운용2001-09-172.42 ont>6.10 7.36
BEST옵티맥스중기채권III CH- 3조흥투자신탁운용2001-06-262.50 6.07 8.57
플러스채권 1제일투자신탁운용2000-05-303.20 6.06 19.83
국공채단기채권SH- 1신한BNP파리바투자신탁운용2001-10-093.30 6.06 6.68
삼성멤버스시스템플러스채권A1삼성투자신탁운용2001-08-202.75 6.01 7.51
뉴스타트장기채권 1국민투자신탁운용2001-06-273.28 5.98 8.12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주식형: 하반기 고전…상당수 원금 못미쳐▼

주식형펀드 가입자들은 올해 ‘천당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연초부터 4월까지 지속된 상승랠리에선 수익률이 50%를 웃돈 펀드가 적지 않았지만 이후 6개월 동안 수익의 적지 않은 부분을 반납해야 했다.

하지만 작년 말, 운용을 잘하는 회사를 꼼꼼하게 골라 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라면 1년이 지난 현재 연 20∼50%의 수익률을 올리기는 어렵지 않았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인 연 5%의 4배에서 10배나 되는 셈.

한국펀드평가에 의뢰해 주식형 펀드의 6개월, 1년, 설정 이후 수익률 등을 조사한 결과 16일 현재 수익률 상위 30개 펀드는 모두 ‘1년 수익률’이 20%를 넘었다. 주식형펀드에는 주식에 60∼95%까지 투자해야 하는 ‘주식고편입형’과 최저편입비가 60% 이하인 ‘주식자산배분형’이 포함됐다.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성적이 가장 좋은 펀드는 수익률이 52.46%인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의 ‘세이고배당장기증권저축’이다. 다음은 미래에셋자산운용(투자자문)의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1’, 템플턴투신운용의 ‘템플턴그로스주식5’가 뒤를 이었다.

‘바이코리아’ 시리즈가 상위 10위권에 3개 들어선 것도 특징. 최근 1년 동안 약 24%의 수익률을 냈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은 아직도 마이너스. 펀드 설정 당시 가입했다면 아직도 원금에 못미친다.

운용사별 ‘1년 수익률 성적표’에 따르면 전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34.5%인 미래에셋이 1위, 템플턴이 29.68%로 2위, 마이다스에셋이 21.94%로 3위다. 다만, 이들의 운용 펀드수는 각각 2개, 6개, 2개로 소규모. 이에 비해 5위의 LG투신이나 9위의 현대투신은 각각 16개, 78개의 주식형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형: 교보투신 수익률 1~5위 휩쓸어▼

올해 초만 해도 연말이 되면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금리가 워낙 급격히 떨어진 데다 세계경제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리는 4, 5월 반짝 오른 뒤 보란 듯 떨어졌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시황(주식시장의 향방)과 어떤 종목을 선택하느냐가 모두 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채권형펀드는 금리 예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익률을 회복하기 어렵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잘못된 금리 판단을 회복하는 데는 최소한 1년이 걸린다”며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한국펀드평가가 설정액 100억원 이상, 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채권형 공모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교보투신운용의 성적이 돋보였다.

16일 현재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가운데 5개가 교보투신의 펀드이다. 대부분의 채권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4%대에 머물고 있지만 교보투신의 수익률은 두 배에 가까운 7%대. 교보측은 “금리예측이 정확했던 데다 파생상품을 이용, 공격적으로 운용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운용사별 성적에서도 교보투신은 2위를 차지했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12개 채권형펀드의 평균 1년 수익률이 5.89%로 1등인 맥쿼리IMM자산운용의 6.28%의 뒤를 쫓고 있는 것. 다만 맥쿼리의 채권형펀드는 2개다. 올해 채권형펀드에서 좋은 수익률을 유지한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은 5개 채권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이 5.76%로 3위. 임원과 실무자들로 이뤄진 ‘자산운용위원회’가 시장전망과 운용전략을 함께 결정하는 등 강력한 팀체제가 ‘힘’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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