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유통가 10대 뉴스…할인점-레드열풍 떴다

  • 입력 2002년 12월 26일 17시 55분


6월 한반도를 뒤덮은 붉은 물결은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이후 붉은색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6월 한반도를 뒤덮은 붉은 물결은 한국인의 ‘레드 콤플렉스’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이후 붉은색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해가 저물어 간다. 한국의 장터에도, 물건에도, 사고파는 사람들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생겨나고 잊혀졌다. 올 한해 어떤 일이 있었을까. 동아일보 유통팀은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와 함께 ‘2002년 유통가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유통 황제’로 등극한 할인점〓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불과 9년 만에 할인점이 백화점을 따돌리고 업태(業態)에서 종합 매출액 1위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할인점은 올 3·4분기까지 매출이 13조431억원을 기록해 백화점 매출 12조9040억원을 앞질렀다. 이 수치는 당초 2003년으로 예상됐으나 1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미도파’ 역사 속으로〓1922년 문을 연 이래 80년 동안 영업해온 미도파백화점이 롯데그룹(롯데백화점 상계점)에 매각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미도파는 70년대 말까지 한국 최고의 백화점이었으나 후발업체들의 추격과 모기업인 대농그룹의 빚 보증 등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다 부도를 냈다.

▽유통업체들, 해외로〓토종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롯데는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가에 ‘롯데센터’ 기공식을 가졌고 중국 상하이(上海)에 97년 1개 할인점을 진출한 신세계는 오랜 탐침(探針)작업을 끝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공략을 천명했다. LG홈쇼핑과 CJ홈쇼핑도 중국 주요 방송국과 협정을 체결해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널뛰는 소비 심리〓지난해 미국 9·11테러사건의 폭풍에도 버텨냈던 소비심리가 올 하반기부터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던 백화점 매출 신장률이 올 9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10월 반짝 증가한 뒤 11월 -2.9%로 곤두박질치는 등 널뛰기 장세가 거듭되고 있다. 늘 10% 이상 증가해온 할인점들의 매출 신장률도 12월 들어 한 자릿수를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한반도를 덮은 ‘레드 열풍’〓6월 한 달을 달군 월드컵 열풍은 레드 마케팅을 낳았다.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의 ‘붉은 물결’은 순식간에 한국 곳곳에서 레드 열풍을 몰고 왔고 패션, 가전, 가구 등 수많은 상품들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허물어지는 유통 국경〓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통업체간의 고유 영역이 급속히 사라졌다. 특히 ‘주5일 근무제’ 등 사회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유통매장이 복합 쇼핑몰화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극장 식당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은행 병원까지 갖춘 서비스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와 카드업계의 잇따른 충돌〓올 초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둘러싼 백화점업계의 실력행사로 두 업계간의 다툼은 다시 한번 불거졌다. 양 업체간의 양보로 일단락됐지만 하반기 개인 신용카드로 종이 상품권을 사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또 업계는 물밑 다툼을 벌였다. 결국 ‘카드깡’ 등 상품권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백화점업계의 주장이 관철돼 이 방안은 철회됐다.

▽사라진 ‘송년 세일’〓오랜 관행이던 백화점의 12월 세일도 사라졌다. 이 세일은 다음해 1월 세일과 사실상 이어져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세일이 너무 잦다는 여론의 근거가 돼 왔다. 앞으로 백화점 세일은 1, 4, 7, 10월 등 네 차례만 있게 된다.

이 밖에도 유통가에서는 미도파와 TGI, 옛 한일은행 본점 인수와 잠실 제2롯데월드 초고층의 재추진 천명 등 ‘롯데의 확장경영’과 인터넷 쇼핑몰들의 ‘흑자 원년’도 주요 뉴스로 꼽혔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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