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개밥도 먹어보고 팔아요”…네슬레퓨리나펫케어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57분


‘개밥 먹는 사나이’로 통하는 이현성 수의사가 다양한 애견식을 쌓아놓고 맛을 보고 있다.사진제공 네슬레퓨리나펫케어
‘개밥 먹는 사나이’로 통하는 이현성 수의사가 다양한 애견식을 쌓아놓고 맛을 보고 있다.사진제공 네슬레퓨리나펫케어
스위스계 애완동물 식품 전문업체 네슬레퓨리나펫케어(www.purina.co.kr)에서 고객 상담과 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이현성 수의사(31)는 ‘개밥 먹는 사나이’로 통한다. 새로운 애견 식품이 나올 때마다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해야 소비자들의 상담에 제대로 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무부 김관직 부장(45)은 32평형 아파트 안에서 덩치 큰 풍산개를 키우고 있어 집을 찾은 손님들이 자지러지는 등 갖가지 에피소드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같은 단지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이 개가 ‘아파트의 마스코트’다.

네슬레퓨리나펫케어가 연 매출 350억원, 시장점유율 44%로 국내 애완동물 식품업계 부동의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채용부터 승진까지 직원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을 주요 평가항목중 하나로 삼고 있는 이 회사 김진오(金鎭五·53) 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다른 제품과 달리 우리 회사의 최종 소비자는 애완동물입니다. 애완동물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펼칠 수 없죠. 시장을 바라보는 통찰력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에 애완동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88서울올림픽 이듬해인 89년부터다. 아파트 등 실내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용 전문식품이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를 서서히 대체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의 대변량이나 냄새를 줄여주는 실용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애완 동물’이 인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반려 동물(Companion Animal)’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이에 발맞춰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개, 위가 약하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개를 위한 사료 등도 등장하고 있다. 스위스 본사에는 박사급 식품 연구 인력만 300여명이나 된다.

네슬레퓨리나펫케어는 국내 애완동물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할인점에서는 일반 사료를 판매하는 ‘매스 마케팅’을, 동물병원이나 애견용품점 등을 통해서는 전문 상담과 함께 맞춤형 식품을 판매하는 ‘타깃 마케팅’을 벌인 것. 결과는 연 30%의 성장률로 이어졌고 지난달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 16개국 지사장과 임원들이 성공 비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럼에도 ‘보신탕’과 ‘애완견’이 공존하는 한국에서 애완동물 식품 시장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은 남는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한국은 아직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젊은 여자들의 유행처럼 대하고 있다. 하지만 독거(獨居)노인이 늘어나고 핵가족 사회에 따른 ‘빈 둥지 증후군’과 우울증이 확산되면서 애완 동물은 국민 정신 건강에 이바지하는 일등공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어린이의 교육적인 효과를 위해 개 장례문화까지 형성돼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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