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격언에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팔 때 따라 팔고, 남들이 살 때 따라 사서는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는 뜻. 남들과 반대로 생각하는 지혜가 주식투자에서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말처럼 쉽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따라 팔고,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따라 사는 것이 투자자의 심리다.
남들과 반대로 행동하려면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거꾸로 투자하기’의 첫 걸음이라 할 만한 ‘빙그레 투자법’과 ‘다우 10종목 투자기법’을 소개한다.
▽빙그레 투자법〓한 투자자가 인터넷에서 “간단한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몇 년 째 큰 수익을 거뒀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끈 투자 기법.
투자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투자 종목은 빙그레 한 종목.
빙그레는 우유와 빙과류를 주로 만들기 때문에 실적이 계절을 타는 대표적 기업. 여름 매출이 겨울보다 갑절가량 많다.
이 점을 이용해 남들과 거꾸로 투자하는 게 ‘빙그레 투자법’이다. 여름이 끝날 무렵부터 빙그레 주가는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면 주가는 한참 아래까지 떨어져 있다. 이때 무조건 빙그레 주식을 산다.
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가는 오르기 시작한다. 주가는 실적을 미리 반영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5월 무렵이면 주가는 한참 올라 있다. 이때 무조건 주식을 판다.
여름이 전성기인 빙과업체 주식을 겨울에 사고 여름에 파는 ‘거꾸로 투자’를 하는 셈. 실제 이 투자를 몇 년 동안 계속 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다우 10종목 투자기법〓1980년대 존 슬래터라는 투자자문 전문가가 만든 투자 방법. 아직도 미국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투자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매년 마지막 거래일에 다우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연간 주가상승률이 가장 낮은 10종목을 추려낸다. 그리고 새해 첫 장이 열리면 이 종목을 무조건 산다.
1년 동안 많이 하락한 탓에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이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 다른 종목과 주가상승률이 평균화된다는 믿음이 이 투자방법의 근본 철학.
이 투자기법을 사용했다면 1930∼1997년 다우지수보다 연 3.26%포인트나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전제〓물론 이런 단순한 투자방식이 계속 들어맞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주식투자에서 ‘절대’라는 것은 없기 때문.
또 빙그레투자이건 다우10종목 투자이건 투자 대상이 모두 우량기업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투자자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 기다릴 수 있는 장기투자자여야 한다는 전제도 있다.
그러나 두 투자기법 모두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떨어진 시점을 골라 주식을 사고, 오래 기다림으로써 이익을 낸다는 정석투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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