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등 주요 그룹과 국민은행 KT 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2003년의 최우선 경영목표로 윤리경영과 신뢰경영 체제 확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경제계의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새 정부 및 사회의 개혁 요구에 화답하면서 기업들이 앞장서 내부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의 사랑과 사회의 신뢰를 얻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와 더불어 사는 경영을 실천한다면 고객의 사랑, 사회의 신뢰는 저절로 얻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신년사는 삼성이 ‘우량기업’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장인 박근희(朴根熙) 전무는 “2001년부터 계열사별로 추진해온 윤리강령과 이에 따른 행동지침 작업이 지난해로 마무리됐으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윤리경영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상사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는 보고하도록 했으며 부하직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를 경우 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등 윤리실천 매뉴얼인 ‘부정 판단기준’ 내용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LG그룹 구본무(具本茂)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1등 LG’를 향한 모든 노력은 ‘정도경영’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는 LG가 단기성과가 아닌 50년, 100년을 지속하는 일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깨끗하고 건전한 기업만이 오래도록 존경받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정도경영’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의 김정태(金正泰) 행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선진은행 경영의 핵심인 윤리경영을 구현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부도덕한 일들을 뿌리뽑겠다”면서 “앞으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부도덕한 관행을 일삼는 임직원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날 시무식에서 기업윤리 제고를 위해 자사 임직원들의 실천사항을 담은 ‘KT 윤리강령’을 채택해 발표했다. 이용경(李容璟) 사장은 “기업윤리를 바탕으로 하는 ‘클린(Clean) KT’는 밖으로 신뢰를 높일 뿐 아니라 안으로 자신을 직시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전경련의 김석중(金奭中) 상무는 “주요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한결같이 윤리경영을 강조한 것은 새 정권과 사회적인 개혁요구에 떠밀리기보다 기업이 앞장서 윤리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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