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부자만들기]‘소황제’는 홀로 설 수 없다

  • 입력 2003년 1월 6일 17시 44분


과거 중국에는 오향(五香)이라는 육아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전 신 초(醋)와 짠 소금, 쓴 한약을 맛보게 하고 나무가시로 혀를 찔러 고통을 준 뒤 달콤한 설탕을 맛보게 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살이란 시고 짜고 쓴맛과 같이 다양한 일들의 연속이다. 때로는 아픈 일도 잘 참고 견뎌야 달콤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기 위한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근대화에 따른 ‘한 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이런 이야기가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아이들이 황제처럼 떠받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오죽했으면 자녀를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에 비유해 ‘소황제(小皇帝)’라고 부를까요.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베이징에서는 학교 앞의 자전거부대를 쉽게 볼 수 있다. 자녀를 태우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온갖 정성을 다해 부족함이 없이 키운 소황제 세대들이 중국의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오냐 오냐’ 자라다보니 성인이 돼서도 버릇이 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데다 나약하기 짝이 없어 이들에게 어떻게 중국의 미래를 맡기느냐는 탄식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한국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2001년엔 출산율이 1.3명으로 낮아졌다고 하네요.

일부에선 인구가 줄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등의 ‘거창한’ 우려를 내놓고 있지만 우선 당장 소황제들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도 걱정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도 이미 ‘소황제의 병리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학교나 학원 앞에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자동차의 행렬은 이미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험악한 사회와 입시경쟁 등이 부모들의 자녀 감싸기를 부추긴 한 요인이기는 합니다만 결과는 ‘탤런트 같은 아이들’을 만들어놓고 말았습니다. 탤런트는 매니저가 시키는 일만 하는데 요즘 아이들도 부모(매니저)가 시키는 일만 한다는 뜻에서 생긴 말입니다.

자녀의 ‘마지막’까지 매니저 노릇을 할 수 있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자생력을 갖춰 주지 않으면 혼자 남은 아이들이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까요.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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