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본심’ 파악에 바쁜 삼성〓삼성그룹은 최근 인수위에서 흘러나온 △구조조정본부 해체 △상속세 완전 포괄주의 △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등 일련의 재벌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정책이 보기에 따라서는 삼성그룹과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아들 이재용(李在鎔) 상무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은 대선 직후 “어려운 때일수록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며 올해 투자계획을 대폭 늘려잡는 등 새해를 맞아 의욕적인 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잇따라 터져나오는 개혁과제가 삼성그룹을 겨냥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인수위의 개혁방안들이 특별히 삼성그룹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혁방향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방안들이 확정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새 정권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엇갈리는 주위의 해석〓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대표단체의 관계자들은 인수위가 궁극적으로 재벌 전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간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삼성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경영학 교수는 “현재 구조본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삼성과 SK 정도”라며 “LG, 동양 등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과정을 밟는 데 비해 두 그룹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했던 편”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구조본뿐 아니라 이재용 상무보의 후계 문제도 사회적 관심을 끈 사안이어서 삼성이 주목받는 것 같다”면서 “신중함을 중시하는 삼성그룹의 특성상 새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대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그룹에서 정보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세간에서 증여문제와 금융기관 계열분리청구제 도입은 삼성, 총액출자제한 문제는 SK를 타깃으로 한 것이라 보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 계열분리만 해도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 등 다른 그룹도 걸려 있는 사안이며 여타 사안도 마찬가지”라며 “새 정권 입장에서도 국가경제에 영향이 큰 삼성만을 문제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측도 “현재 인수위가 내놓은 재벌정책은 대부분 재계 전체와 관련이 있는 사안들”이라며 “재계도 공통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부문을 모두 포함해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집단’으로 지목되는 삼성그룹을 개혁의 표적으로 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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