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위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외국인이 파는 것을 위험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떨어지면 손절매를 하고, 외국인이 팔면 따라 판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치투자의 상징’으로 통하는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본부장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주식투자에서 위험은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위험에 대한 다른 정의〓보통 투자자는 자신이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불안해한다. 그러나 이 본부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주가 하락이 아니라 기업가치 하락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주식을 샀는데 갑자기 대주주가 횡령을 했다거나, 중요한 거래처를 갑자기 잃었다거나 하는 변화가 생겼다면 지금 주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팔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바꿔 말하면 그는 기업가치 하락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본부장은 1999년 롯데칠성을 평균 9만원에 샀다. 그런데 이후 주가가 계속 떨어졌다. 다른 펀드매니저라면 당연히 손절매를 했겠지만 그는 6만원까지 떨어져도 꿈쩍하지 않았다.
“주가 하락은 위험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가격에는 절대 안 팔 거니까. 팔아서 손해가 나야 위험하지 안 팔고 갖고 있을 건데 왜 위험한가”라는 게 그의 주장. 이후 롯데칠성은 한때 주가가 80만원을 넘어섰다.
2001년 농심은 골프장을 샀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락했다. 외국인이 기업지배구조를 문제삼아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운 게 원인. 그러니 이 본부장은 외국인 매도를 전혀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농심의 골프장 매수가 이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했다. 결론은 ‘잘 한 투자’라는 것.
싼 가격에 골프장을 매수해 자산을 불림으로써 기업가치를 오히려 높였다는 결론이 났다. 그는 농심을 팔지 않았고 이후 농심 주가는 큰 상승을 보였다.
▽몇 가지 전제〓물론 아무 종목이나 오래 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주식을 살 때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종목을 골라야 한다.
기업가치가 자꾸 변하는 기업도 피해야 한다. 농심이나 롯데칠성처럼 수익구조가 간명하고 안정적인 회사를 골라야 한다.
기업에 대한 철저한 공부를 바탕으로 투자한다면 주가하락과 외국인 매도 등 악재를 능히 견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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