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00분


‘내일 오후 날씨는 기온 영하 3도, 강수 확률 50%, 입장객은 오늘보다 1000명가량 줄어든 5만5000여명으로 추정됨.’

실내 테마파크를 운영 중인 롯데월드는 작년 11월부터 ‘놀이지수’라는 날씨 수요예측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기상예보 자료와 최근 5년간 입장객 데이터를 활용해 입장객 관리, 식음료 예상 판매량, 그날에 적합한 마케팅 선정 등으로 연간 21억원의 매출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전국 공사장에서 3시간 간격으로 기상정보를 받아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콘크리트 터널공사를 밤샘작업으로 끝내는 등 날씨에 따라 공사일정을 조정한다.

날씨 변화를 기업경영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상예보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떨어져 산업현장의 ‘날씨 마케팅’을 지원하기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날씨는 곧 돈=미국 상무부는 98년 약 9조달러의 국민총생산(GNP) 중 적어도 1조달러어치는 날씨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92년 이후 10년간 전세계 기상재해 피해액은 3629억달러로 60년 대비 무려 7배가량 증가했다. 한국도 같은 기간 17조원의 피해를 본 가운데 특히 작년엔 태풍 ‘루사’ 한 건으로 무려 5조5000억원의 재산손실을 봤다.

이처럼 기상변동은 생산시설 파손 및 생산 차질, 물류비용을 증가시켜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 장단기 기상예측이 틀리면 이를 토대로 수요 예측을 한 기업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미국 날씨위험관리협회에 따르면 기후 변화 가능성에 대비한 날씨 파생상품 계약건수는 지난해 3973건, 43억달러에 이른다. 한국에선 기상피해에 따른 매출손실을 보전해주는 날씨보험상품은 있지만 기후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전무한 실정이다.

▽기상예보 기술 투자에 나서야=대한상의는 8일 “우리나라 기상예보 수준은 선진국의 54% 수준으로 10년가량 낙후해 있으며 민간 예보업체의 국내 시장규모도 미국의 0.6%인 연 4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상의는 “대부분의 산업이 날씨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정부의 응용기상업무는 농업 항공분야에 치우쳐 다른 산업과의 연관 분석이 미흡하다”며 기상과 산업에 대한 과학적 체계적 연구, 민간예보업체 등 기상정보산업의 육성 등을 주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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