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의 경영과인생]<16>'그건 안돼'와 '그건 돼' 가르는 잣대

  • 입력 2003년 1월 12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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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무엇인가를 배워야 살 수 있고, 그 배움의 결과는 인간사회와 자연의 존재양식(存在樣式), 이들 두 영역에 관하여 ‘그건 안 돼’와 ‘그건 돼’를 구분하는 지혜가 된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세 살 난 어린이에겐 모든 것이 장난감으로 보이겠지만 할아버지 안경에 손을 대면 ‘그건 안 돼!’하고 야단맞는다. 이 아이가 옆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의 장난감 하나를 들고 오려 해도 ‘그건 안 돼!’가 된다. 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싶어도 국가에서 ‘그린벨트’라는 이름으로 ‘그건 안 돼’한다. 이러한 ‘그건 안 돼’는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기 위해 인간 스스로에게 부과한 제약조건들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존재양식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탐구하다가 역시 ‘그건 안 돼’와 만난다. 1000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난 연금술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과한 ‘그건 안 돼’였다(본보 12월30일자 참조). 그러나 자연은 ‘그건 돼’ 하면서 인간의 노력에 긍정적으로 보답하는 경우도 많다. 수혈(輸血)의 역사가 한 예이다.

출혈로 인하여 죽어 가는 사람에게 피를 수혈하려는 시도가 의료기술 역사상 1667년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당시의 상식으로 피는 사람의 것이든 동물의 것이든 모두 같다고 상상했기 때문에 피의 공급원으로 양(羊)이 선택되었다. 피는 심장에서 나오고, 심장에는 마음(선악)이 들어 있다고 상상했으며, 양은 가장 선한 동물이므로 가장 맑고 순결한 피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양의 피를 수혈 받은 환자는 모두 죽었다. 하지만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민연(憫憐)의 정(감수성)은 계속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 1818년에는 인간의 피를 수혈해보는 시도가 런던의 가이스(Guy’s Hospital)병원에서 있었다. 결과는 혼란스러웠으니, 환자가 어떤 경우에는 살아났고 어떤 경우에는 죽어 갔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는 사실에 주목한 란드슈타이너(K. Landsteiner)는 끈질긴 탐색과 연구 끝에 1900년 피에는 4가지 혈액형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수혈이 가능한 조합(組合)과 불가능한 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후 수혈은 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채혈한 피의 응고를 방지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이 대량 발생함에 따라 미리 채혈한 피를 보관했다가 수혈할 필요가 강력히 대두되었고, 이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거국적으로 실시되었다. 결국 1917년 구연산 소다(sodium citrate)가 응혈을 방지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보관해둔 피로 생명을 구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해 자연은 ‘그건 돼’ 하면서 보답을 했지만 이 보답은 1667년부터 계산해도 250여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에 의해 가능해진 것이다. 수혈 이외에도 자연은 인간의 탐구와 노력에 대해 많은 보답을 하고 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실험에 성공한 것도 그 한 예이다. 이처럼 자연은 ‘그건 안 돼’와 ‘그건 돼’의 세계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무엇이 되는 일이고 무엇이 안 되는 일인지를 알기 위해서 인간은 계속 탐구하고 노력하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결론을 정리하자.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최소한 두 개의 영역 즉 인간사회와 자연법칙에 관하여 계속 탐구해야 한다. 이 중 자연탐구에서 얻은 지식을 과학이라 하고, 과학을 삶에 활용하는 지혜를 기술이라 부른다.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킨 국가, 기업, 개인이 결국 강자가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조선왕조가 과학과 기술에서 뒤졌기 때문에 나라까지 잃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과학과 기술 발전의 방법론을 탐구하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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