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CEO들 거침없이 불만 토로…인수위 간담회

  • 입력 2003년 1월 16일 19시 09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외국인 투자가 ‘안심시키기’용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국인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회수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는 원래 한국무역협회가 외국기업 CEO들만을 초청해서 개최하려던 것이었으나 얼마 전 인수위가 “외국기업들의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면서 전격적으로 참석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동안 재벌개혁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강한 목소리로 외쳐온 인수위로서도 다급해졌다는 설명이다.

현오석(玄旿錫)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1시간30분가량 영어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인수위 위원들은 주로 외국기업 CEO들의 건의사항을 경청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북핵 문제와 반미감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기업환경에 대한 불만과 건의 사항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외국기업 CEO들이 ‘작심’한 듯 적극적인 모습이었다는 것.

특히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명예회장은 구체적으로 회사 이름은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몇몇 외국 기업들이 투자 보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국 내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투자 보류가 투자 철수로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

그러자 존스 명예회장은 더 강한 어조로 “외국인들을 길거리에서 봐도 전혀 거리낌이 없을 정도의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외국인을 이방인으로 보는 정서가 강하다”면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이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매키니 매키니컨설팅 사장은 “한국의 인적자원은 양적 측면에서는 충분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고급인력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젊은이들은 학력은 높은 반면 현장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에 입사 후 처음부터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측의 참석자들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역시 구체적 코멘트를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외국기업인은 “인수위로서도 외국기업인들이 이 정도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AMCHAM은 17일 인수위 관계자들과 별도의 간담회를 갖고 투자환경 개선 등을 건의한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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