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 363명 인사]"실적이 실력"애니콜팀 대거발탁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25분



삼성그룹은 17일 25명의 부사장 승진을 포함해 모두 363명의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은 이날 “지난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고의 경영 실적을 거둬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작년 319명, 2001년에는 346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직위별 승진자는 부사장 승진 25명, 전무 26명, 상무 121명, 상무보 191명이다.

특히 부사장 승진이 작년(13명)에 비해 갑절로 늘어난 것은 앞으로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하여 불확실한 미래에 적극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부사장 승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명이 기술직(11명) 영업직(5명)으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부사장으로 대거 승진했다.

관심을 끌었던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이재용(李在鎔·사진) 삼성전자 상무보는 상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이 회장의 사위 김재열(金載烈) 상무보는 제일기획에서 제일모직으로 자리를 옮겨 부인이자 이 회장의 차녀인 서현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또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洪羅喜)씨의 여동생 홍라영(洪羅玲) 삼성문화재단 상무보도 상무로 승진했다.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실적이 두드러졌던 분야의 임원 승진이 많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 가운데서도 ‘애니콜’ 휴대전화 분야에서 조기 발탁 승진이 많았다. 삼성그룹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수상자 6명도 임원으로 발탁됐다. 상무가 된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실적에 따른 ‘발탁 승진’이 모두 76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21%에 달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또한 연구개발을 포함한 기술직 승진자가 125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으며 영업직 승진도 93명으로 지난해(85명)에 비해 늘어났다.

▽40대의 약진에 임원 학력 점점 높아져=임원들의 학력은 더 높아졌다. 전체 임원 승진자 중 석박사가 126명으로 전체의 35%였다. 신규 임원 가운데 석박사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전체 임원 가운데 석박사 비율도 1995년 17%에서 지난해 25%, 올해는 32%로 늘어났다.

또한 40대가 임원의 주력 부대로 자리를 잡았다. 승진한 임원의 평균 연령은 45.9세로 2001년 47.3세, 2002년 46.3세에 이어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체 임원 가운데 40대의 비율은 인사 전 59%였다가 이번 인사 후에는 67%로 크게 늘어났다. 부사장 승진자 25명 가운데에도 40대가 10명이 포함됐다.

▽화제의 승진자들=이번 임원 인사에서 최연소자는 제일모직의 이정민(34·여·사진) 상무보. 이탈리아 루이자베카리아사 수석 디자이너 출신으로 4월경 제일모직에 스카우트돼 이탈리아 현지 법인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이날 신규 임원 선임자 가운데 여성은 이 상무보를 포함해 3명. 삼성전자 이현정 상무(43)는 미 루슨트테크놀로지사 출신의 홈네트워크 전문가로 역시 이번에 스카우트됐다. 삼성화재 박현정 상무보(41)는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로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

삼성물산 마케팅팀장인 곽재민(郭載敏·46·사진) 상무보는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폭락과 미분양 사태 속에서 ‘래미안’ 브랜드를 성공시켜 주택업계에 브랜드 마케팅 붐을 일으킨 주역 가운데 한사람.

삼성전자의 최도환(崔道換·49·사진) 전무는 2001년 상무보, 2002년 상무, 2003년 전무 등 1년에 한 단계씩 고속승진했다. 구미사업장의 무선개발3그룹장으로 국내 최경량 PCS, 세계 최초 워치폰(시계형태 휴대전화) 등을 개발했다.

유일한 외국인 임원 피터 스카르진스키(47·사진)는 미국 법인에서 미국 최대 통신업자 스프린트사와의 대형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애니콜의 미국 진출에 공헌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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