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공종식/에어컨과 反美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19분


얼마 전 LG전자의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LG전자는 지난해에 670만대(금액 기준으론 22억달러)의 에어컨을 판매, 대수 기준으로 전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4.3%로 3년째 1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내수 대(對) 수출 비율이 2대 8로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LG전자로선 해외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발표회에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에어컨 수출이 ‘반미(反美)’정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LG전자는 지난해 중동 에어컨 시장에서 상당히 선전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라크 문제와 미국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등 반미정서가 아랍지역에 몰아치면서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캐리어 같은 미국 에어컨 제조회사들이 상당한 피해를 봤고, 거꾸로 LG전자는 상당한 덕을 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의 반미 움직임입니다. 최근 국내에서 반미 움직임이 거세지고, 미국 언론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벌써 에어컨 수출 담당자들은 걱정이 많답니다. LG전자는 지난해 판매한 에어컨 670만대 중 350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답니다. 대수 기준으론 미국이 최대 수출국가이지요.

LG전자 간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에어컨 수출에 또 다른 변수는 시어스 같은 대형유통업체의 역할이다. 왜냐하면 유통업체에서 계약을 해줘야 물건을 수출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로 만약 이들이 한국 내 반미움직임을 계약 문제에까지 연결시키면 어려워진다. 또 경쟁업체에서 한국내 반미감정을 들먹이며 악용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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