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모두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샤오캉(小康·예기편에 나오는 평강 사회로 현 중국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大同사회’의 전 단계)시대를 만들기까지는 국가 주도의 경제건설을 이끌겠다는 설명이다. 자본주의 도입에 따른 빈부격차와 사회불균형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아직은 국가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최고지도자가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그렇게 알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도 정작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계획(통제)경제 국가가 아니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최근 출간한 중국 핸드북에서 “말로는 사회주의지만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철저하게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독점금지법이나 과감한 기업규제 완화 등을 그 사례로 꼽았다.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세간의 의구심을 염두에 둔 듯 ‘시장친화론자’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노 당선자의 이런 기본적인 시각은 본의든 아니든 곳곳에서 ‘가치 충돌’(Collision of Values)을 빚으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재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금융계열사 분리 청구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술 더 떠 기업분할 명령제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파견근무제 제한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가 “신문의 광고·판촉비나 각종 협회와 기관 등이 요구하는 부담금 등의 준조세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명성 확보나 준조세와 같은 경영 이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은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 농사’는 기업의 형편에 따라야지 사회주의처럼 정권 담당자들이 “논 팔아라” “밭 팔아라” 할 성격이 아니다.
개별 기업활동 하나하나에 훈수를 두고 제도를 만들어 강제한다면 이는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 할 수밖에 없다. 사회윤리에 반하지 않는 한 기업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처한 토양과 여건에 따라 스스로 몸을 추슬러야지 제3자가 간섭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명령만으로 되지 않는다. 기업은 ‘시장이라는 자연생태계’에서 적자생존의 원칙에 의해 생존 여부가 결정되는 유기체와 같다. 권력자의 편의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위험’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용상으로는 철두철미하게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사회변혁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겉으로 옛 정체성 유지를 강조하는 중국 정부가 한국의 신(新)실세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궁금하다.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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