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가운데에는 ‘자산은 자산이고 이익은 이익’이라며 두 분야를 떼어놓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선입관에 빠져 이익 수치만 열심히 들여다본다면 자산 구조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기업의 중요한 변화를 놓치기 쉽다.
▽여기저기 벌여놓은 투자〓적지 않은 기업들이 지금까지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투자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이런 무분별한 투자가 회사 장부에 투자유가증권이라는 이름의 자산으로 잡혀있다는 점.
분명히 장부에는 600억원 정도 자산으로 잡혀있는데 실제 주식 가치는 100억원도 못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게다가 이렇게 잘못한 투자는 지분법평가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순이익을 뭉텅뭉텅 까먹는 역할을 한다.
▽LG상사와 SK가스〓이런 기업들은 잘못한 투자를 깨끗이 떨어버리기만 하면 자산과 이익 구조를 확 바꿀 수 있다.
지난해 계열사 주식을 대거 정리한 LG상사가 자산을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이익을 늘린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75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2001년 순이익(350억원)에 비해 갑절 이상 늘어난 수치. 지난해 LG상사가 특별히 장사를 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LG상사 선전의 원인을 다른 데에서 찾는다.
LG상사는 2001년 756억원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갔다. 문제는 LG상사가 엄청난 이자를 물면서 빌린 돈으로 여러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이마저 실패했다는 점. 이 회사는 투자 실패로 2001년 250억원의 지분법평가손실까지 입었다.
지난해 LG상사는 자산 구조를 완전히 바꿨다. LG마이크론 LG선물 등 그룹 계열사 주식을 과감히 처분하면서 1800억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한 것.
이 돈으로 2001년 6000억원에 가깝던 부채를 지난해 말 2000억원 수준까지 줄여 이자비용을 절약했다. 또 잘못한 투자를 깨끗이 정리한 덕에 지난해에는 지분법평가이익이라는 보너스까지 받을 전망.
SK가스도 마찬가지. 장부상 698억원으로 나타나있던 투자유가증권을 지난해 1·4분기 과감히 손실로 처리하며 정리했다. 꾸준한 이익을 내던 이 회사가 유독 지난해 1·4분기에만 56억원 순손실을 낸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지난해 1·4분기 350억원에 이르는 투자자산을 손실로 처리하고도 지난해 3·4분기까지 261억원 순이익을 냈다. 이는 2001년 전체 순이익 227억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그룹을 위해 투자했던 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기 할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회사들은 이익 구조도 함께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LG상사의 LG그룹 관계사 주식 매각(단위:억원) | ||
때 | 매각 주식 | 금액 |
1999년 | LG반도체 LG에너지LG전선 LG전자 LG종금 LG정유 | 3,547 |
2001년 | LG건설 | 39 |
2002년 | LG마이크론 LG극동가스 LG니코동제련 LG선물 | 1,768 |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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