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기업분할 외부평가기관서 검증"

  • 입력 2003년 1월 20일 18시 22분



기업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한 풀무원이 2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시장의 반응이 워낙 좋지 않자 해명할 필요성을 느낀 것.

풀무원의 기업분할은 기대와 달리 자회사를 모두 비상장시키는 ‘물적 분할’ 방식인 데다 지주회사로의 개편 과정에서 대주주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가가 급락했다.

IR에 참석한 100여명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는 경영의 투명성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분할의 내용과 기업전망〓풀무원은 9일 “이사회가 지주회사 개편을 위해 물적 분할을 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튿날 주가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분할 내용은 공장단위의 사업부문을 모두 분사해 10개의 신설회사로 만든 뒤 지분 100%를 풀무원이 모두 갖는다는 것. 모회사 주주들이 원래의 지분만큼 신설회사 지분을 나눠 받고 신설회사도 상장되는 ‘인적분할’과는 다르다.

풀무원은 또 앞으로 브랜드 통합을 위해 대주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풀무원테크 풀무원샘물 등을 지주회사로 편입할 예정. 자회사 지분을 100% 가져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물적 분할을 선택했다.

지주회사로의 개편 이후 기업가치의 변화는 거의 없다. 미래에셋증권 김재순 애널리스트는 “생산부문을 떼어내 영업이익이 줄지만 자회사들의 수익이 지분법으로 반영돼 순이익은 같다”고 말했다.

▽시장의 의혹과 풀무원의 입장〓그런데도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풀무원테크와 풀무원샘물 등 비상장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때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풀무원은 앞으로 유상증자를 한 뒤 대주주에게 풀무원주식을 넘겨주는 대신 풀무원테크와 풀무원샘물의 주식을 넘겨받는다. 이때 비상장사의 주가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시장은 의심한다.

풀무원측은 “법에 따라 평가하고 외부 평가기관의 검증도 받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상장 요건에 미달하는 회사가 풀무원의 자회사로 편입돼 상장 혜택을 누리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분사되는 사업부문이 모두 비상장법인으로 바뀌어 지주회사의 감독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풀무원측은 “지주회사는 매월 자회사의 실적이 반영된 연결재무제표를 만들기 때문에 자회사 관리가 더 엄격해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로서는 모든 자회사의 실적이 지주회사 풀무원으로 집중되는 만큼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현재 풀무원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의견은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와 “적극적인 매매를 피하라”는 쪽으로 양분돼 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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