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출금을 조달해 쓴 현대상선은 여전히 대출금 사용내용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꺼리고 있다. 오히려 “자료 제출 시한을 명시적으로 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눈치만 보는 현대상선=회사 정상화를 위해 급히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대출금 소명자료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대상선측의 해명이다.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은 작년 12월 “자동차운반선 매각 대금이 입금되고 채권단에 대한 채무 조정이 마무리되면 감사원의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구두로 정한 자료 제출 시한이 1월20일이었다.
그러다가 이달 들어선 부채상환을 위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준비작업 때문에 관련 서류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는 게 현대상선측의 2차 해명이다.
현대상선은 4000억원 의혹이 제기된 작년 9월 이후 지금까지 기업어음 등 부채상환과 선박이용료로 대출금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물증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비춰볼 때 현대상선이 관련 대출자료를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출 관련자료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권 발동만이 의혹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출 주도라인은 피신중인가=2000년 6월 산업은행 대출에 관여했던 현대상선 재무라인은 당시 김충식 사장-김종헌 상무-유호연 부장이다. 김 전 사장은 신병치료차 미국에 체류 중이고 김 상무는 2001년 9월 구주지역본부장으로 영국에 나가 있다.
회계담당 임원이던 박재영 전무도 작년 12월 미주본부장으로 발령났다. 당시 재정부장이던 유호연 이사는 4000억원 대출건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입을 다물고 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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