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사장(38·사진)은 두 달 전 일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 한달 보름 동안 막노동해 2억원을 벌었으니 말이다.
월급을 받으면서 일한 건 아니다. 자기 업소를 직접 지었다. 대가는 생각지도 않았던 권리금이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간판을 내건 박 사장의 꽃집이 그곳이다. 2층 짜리 아담한 건물이지만 창틀 하나, 계단 한 칸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주인의 손때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때문이다. 박 사장의 리모델링 성공기는 이렇다.
▽발품 팔기 2개월〓박 사장은 경력 18년의 화훼 전문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등지에서 소규모 꽃집을 경영하다 작년 9월 사업을 키워볼 생각에 새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가진 돈은 3억5000만원 안팎. 일단 청담동을 뒤지기로 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이면도로에 상권이 형성돼 있는 데다 기존에 영업하던 곳과 가깝기 때문.
하지만 점포를 구하는 일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박 사장 구상에 딱 맞는 상가는 권리금만 2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전세 보증금을 더하면 빚을 내야 할 판이다.
빌딩에 있는 1층 상가를 알아보기를 한 달. 생각을 바꿨다. 단독주택이라도 고쳐 쓰기로 했다.
이번에는 개조 자체가 문제였다. 박 사장이 계획한 새 가게는 꽃 소매점과 온실, 꽃꽂이 강의실 등이 결합된 ‘플라워 스튜디오’. 면적도 넓어야 하지만 세련된 인테리어도 필요했다. 집을 뜯어고치겠다는 데 선뜻 응해 줄 주인이 있을 리 만무했다.
다시 꼬박 한달 동안 발품을 팔았다. 결국 발견한 집이 대지 45평에 건평 57평짜리 2층집이었다. 보증금 2억원에 월 400만원 조건으로 5년간 빌리기로 했다.
박유천 사장의 리모델링 수익성 분석 | ||
건물 개요 | 용도 | 근린생활시설(단독주택에서 용도 변경) |
대지면적 | 45.44평 | |
건물 바닥 면적 | 20.85평 | |
연면적 | 57평 | |
투자비 | 임대료 | 보증금 2억원, 월 400만원 |
리모델링 공사비 | 1억2000만원 | |
수익 | 권리금 | 시설 권리금 1억2000만원영업 권리금 2억2000만∼2억7000만원 |
자료:리노플러스닷컴(www.renoplus.com) |
▽단독주택을 상가로〓박 사장이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편안한 느낌과 독특한 공간연출이 가능한 데다 앞마당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여기에 권리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었다.
처음엔 리모델링 전문회사에 맡기려 했지만 직접 공사를 기획하기로 했다. 꽃집으로 개조하는 작업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 같아서였다.
우선 벽을 허물었다. 주차장이었던 반지하는 강의실로 쓰기로 했다. 대신 마당 한쪽에 차 두 대가 들고 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1층에 있던 방 3개는 모두 터 버렸다. 화훼 작품을 놓기 위해서다.
2층도 마찬가지. 특이한 게 있다면 구식 주택에 으레 있는 2층 테라스를 온실로 만든 것. 이 때문에 실제 사용 면적이 5평 이상 늘었다. 천장도 위로 더 올렸다. 집이 한결 탁 트여 보였다.
보일러, 전선, 수도까지 모두 손 봤다. 외벽에는 약품을 뿌려 일부러 녹을 슬게 한 쇠 장식들을 붙였다.
모두 박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비용은 1억2000만원.
당초 계획처럼 소매점과 온실, 강의실은 물론 주거공간까지 생겼다.
“말 그대로 한 달 보름 동안 막노동을 했습니다. 그래도 시행착오를 줄였던 건 처음부터 컨셉트를 명확히 한 덕분이지요. 오래된 집일수록 계획 없이 여기저기 손대다 보면 결국 완전히 허물게 돼요.”
리모델링 비용 내용(단위:만원) | |
철거 | 1400 |
도시가스 신규 설치 | 900 |
전기 및 조명기구 | 1400 |
난방, 수도 배관 설비 | 1200 |
온실 | 750 |
창호 | 800 |
외장 | 800 |
도장 | 1100 |
인건비 등 기타 | 3650 |
▽권리금 2억원〓지은 지 16년 된 집은 이제 분위기 있는 점포로 바뀌었다. 생각지 않았던 선물이 들어왔다. 권리금을 2억원 이상 계산해 줄 테니 매각하라는 주문이었다. 리모델링 비용 1억2000만원은 별도였다.
가게를 연 지 2개월. 영업을 할수록 권리금은 높아갔다. 지금은 최고 2억7000만원을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다른 사람처럼 부동산 투자를 한 것도 아닌데 집에 돈이 붙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팔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손봐야 할 곳이 남아 있거든요. 손을 대면 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게 부동산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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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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