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울산-경주 車부품업체 유치전 치열

  • 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48분


자동차 부품업체 유치를 놓고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물류비용 절감” 등을 내세워 최근 울산 인근으로 공장을 잇따라 이전하자 인접한 두 자치단체는 서로 자동차 부품 업체 전용공단을 조성하는 등 사활을 걸고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유치에 먼저 뛰어든 자치단체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메카’임을 자부하는 울산시.

울산시는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569억원을 들여 북구 매곡동 일대 17만평을 자동차 부품업체 전용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아직 공식 분양공고를 하지 않았고 분양예정가도 46만원으로 인근 도시보다 비싸지만 지난해 12월까지 전국의 81개 업체(희망 분양면적 14만평)가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 문의해 올 정도여서 시는 느긋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 일대에서 문화재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울산문화재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사업지구가 청동기 시대 주거지로 추정돼 정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며 10월까지 문화재 발굴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혀 사업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뤄지면 최소한 6개월 이상 공기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경주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자도시 경주 건설’을 시정목표로 내건 백상승(白相承) 시장의 지시로 지난해 12월 울산과 가장 인접한 외동읍 문산리 일원 110만평을 도시계획상 ‘공업지구’고 결정하고 자동차 부품업체 유치에 나선 것.

경주시는 ‘외동공단의 분양가는 울산의 절반 수준인 25만원이고 울산∼경주간 국도가 잘 뚫려 있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내용의 홍보전단 1만장을 만들어 전국 자동차 부품업체에 배부했다. 또 전 공무원이 나서 공장 이전을 희망하는 기업체 관계자를 적극 지원해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에만 94개 업체(지난해 경주시가 유치한 업체 101개)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대해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은 20일 열린 참모회의에서 “매곡공단 조성공사가 문화재 발굴로 지연돼 자동차 부품업체가 경주의 외동공단으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며 매곡공단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종합건설본부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을 내세운 두 자치단체간의 자동차 부품 업체 유치전이 어떻게 결론 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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