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꽃이자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이 정도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고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별 투자자에겐 어떤 곳일까요. 돈 버는 곳? 아니면 더 정확히 돈 벌 기회를 제공하는 곳?
어떤 사람은 주식시장이란 말을 들으면 꿈, 희망 같은 단어가 연상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주’자만 들어도 이가 갈린다고 하더군요.
그럼 주가지수선물시장은 뭐 하는 곳일까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파생상품 또는 헤지라는 단어를, 별 관심이 없는 이라면 위험 또는 투기란 말을 떠올릴 것입니다.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어쨌는데”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돈’일 것입니다. 주가지수선물시장도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고 돈을 벌기 위한 시장이니까요.
그럼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과연 몇 명이나 성공하고 있을까요.
주가지수선물시장은 ‘제로섬(zero sum) 게임’입니다. 버는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지요. 내가 매수를 하면 누군가가 매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매도를 해서 수익을 냈다면 누군가는 매수를 해서 손해를 봅니다. 그리고 시장이 끝나면 계좌에 정확히 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를 잃었는지 성적이 찍혀 나옵니다.
잃는 만큼 버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자의 50%는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니까 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파생상품은 작은 증거금만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투자금액에 비해서 많습니다. 수익을 내는 사람의 60%, 전체의 30% 정도는 수수료를 벌지 못한다고 합니다. 즉 앞으로 벌고 뒤로 손해 보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시장참여자의 20%는 돈을 벌 수 있을까요. 60명 중에 12등 안에만 들면 돈을 벌 수 있다면 해 볼 만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투자와 투표는 다릅니다. 시장참여자 모두가 1표만을 행사하지는 않지요. 내가 100원을 벌었다고 칩시다. 이 경우 누군가가 100원을 잃었을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이 100원을 나눠서 잃었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예컨대 20원씩 다섯 명이 손해 볼 수도 있죠. 물론 다른 경우도 얼마든지 있고요.
실제로 미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파생상품시장에서 이익이 나는 계좌는 전체 투자계좌의 약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익이 많이 나는 계좌는 0.1% 정도에 불과합니다.
즉 파생상품시장에서는 1000명 가운데 단 1명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1000명 중 999명이 손해를 보는 겁니다.
신아투자자문 사장 sinah@shinah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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