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4·4분기(10∼12월) 실적은 분기가 끝난 뒤 90일이 다 돼서야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이 적지 않아 투자에 참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주주를 중시하는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적을 일찍 발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개월 차이 나는 실적 발표〓상장·등록 기업은 실적을 매 분기가 끝난 뒤 45일 이내에 발표해야 한다.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1·4분기(1∼3월) 실적은 5월15일, 2·4분기(4∼6월) 실적은 8월15일, 3·4분기(7∼9월) 실적은 11월15일이 마감일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감 2, 3일 전이나 돼야 겨우 실적을 발표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문제는 45일도 길다는 지적이 있는 판에 4·4분기 실적 마감은 무려 90일이나 주어진다는 점. 4·4분기 결산은 1년 전체 결산이어서 회계감사도 받아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올해 3월말에 발표할 수도 있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은 연초 주주총회를 하면서 실적을 공개한다. 상법상 주총 개막은 2월12일 이후 가능하다. 그러나 2월에 주총을 여는 기업은 거의 없다. 대부분 3월말, 그것도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이 뜸한 토요일에 무더기로 주총을 열고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해 코스닥 등록법인 가운데 142개사가 3월16일, 153개사가 3월23일 한꺼번에 주총을 열었다. 이틀 모두 토요일이었다.
▽더 빨리 할 수 있다〓한국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는 분기가 끝난 지 보름 만인 16일 실적을 발표했다. 백색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단말기 등 사업 분야가 4개나 되는 복잡한 거대기업이 16일 만에 실적을 공개하는데, 중소기업이 실적 발표를 90일 동안 질질 끌 이유가 없다는 지적.
매달 실적을 발표해 주주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넥센타이어(9일)와 휴맥스(21일)도 이미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휴맥스는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솔직하게 이를 빨리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2년 연속 상장사 가운데 가장 빨리 주총을 개최한 넥센타이어는 올해에도 주총을 2월13일로 잡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주가의 근본이 되는 실적을 주주에게 빨리 알리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의무”라며 “제도를 핑계로 4·4분기 실적을 3월말에야 발표하는 것은 주주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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