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귀국 왜 늦어지나…“현정부 임기내 돌아와야”

  • 입력 2003년 1월 24일 19시 09분


4년째 해외 유랑생활을 하고 있는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은 언제 돌아올 것인가. 이번 포천지 보도 파문으로 상황이 더 얽혀버렸지만 새 정부 출범 전 전격 귀국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거 비서진 등 그의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99년 10월 해외체류가 시작될 때부터 귀국 희망 의사를 밝혀왔다.

그러나 귀국시 사법처리 부담과 여론의 향배에 대한 저울질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적기를 놓쳤다는 시각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귀국 여부에 대해 측근들과 상의해왔으나 측근들간에도 의견이 나뉘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현재도 조기귀국론과 ‘더 기다려보자’는 입장으로 갈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느 쪽이든 김 전 회장의 귀국 시점이 ‘실기(失機)’를 했다는 데서는 일치한다.

상당수 측근들은 “2001년에 대우 계열사 경영진이 줄줄이 사법처리 당할 때 귀국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한 전직 대우 임원은 “그때 들어와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법과 여론의 심판을 받는 게 좋았는데,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보다는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돌아오는 게 모양새나 실리적으로도 더 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러나는 현 정부 하에서 ‘과거’를 털어내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정치적 사면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 뒤 귀국은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측근들이 김 전 회장에게 이 같은 정황을 설명하고 그를 설득한다면 그가 ‘결심’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66세인 자신의 나이를 생각할 때도 더 이상의 해외체류는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한 측근은 “이때를 놓치면 자칫 5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칠순을 넘긴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김 전 회장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귀국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설 연휴 직후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으나 그것은 김 전회장의 결심에 달려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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