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자금 운용을 대부분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며 “은행 건전성과 고객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의 위탁운용 현황〓금융감독원이 26일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의 투신사별 펀드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국민은행 등 8개 시중은행과 농협이 투신사에 운용을 맡긴 자금은 총 15조5974억원(신탁자금 약 8687억원 포함)에 이른다.
국민은행이 7조4000억원(신탁계정 2099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2조9150억원) 신한(2조1221억원) 우리(1조3675억원)도 1조원을 넘는다.
투신사에 자금운용을 맡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적고 가계대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자금운용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맡기는 만큼 수익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안종식 경영분석팀장도 “은행이 여러 펀드에 나눠 가입하기 때문에 고객의 분산투자를 대신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위탁운용의 그림자〓문제는 위탁운용을 대부분 자회사에만 몰아준다는 점.
국민은행은 위탁운용 자금의 83.2%를, 신한지주는 89.6%를 자회사에 맡기고 있다. 외환, 우리, 하나도 자회사에 위탁한 운용자금 비율이 각각 99.9%, 60.3%, 78.3%에 이른다.
김 의원은 “은행들이 자회사에 자금을 몰아주는 것은 수익률이나 고객의 분산투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주요 주주인 금융회사의 운용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개인고객이 신탁으로 가입한 자금을 은행이 다시 투신사에 맡기면 개인고객에게 이중의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몰아주기 행태는 투신업계의 공정경쟁도 해치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자금 동원능력이 큰 은행의 밀어주기식 펀드가입은 계열 투신사의 ‘실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업계 순위를 왜곡하고 고객의 판단을 잘못 인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농협이 4월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과 합작으로 투신사를 세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자금 위탁 운용 현황 (단위:억원) | ||
구분 | 은행계정(고유자산) | 신탁계정 |
국민 | 71,958 | 2099 |
농협 | 28,850 | 300 |
신한 | 21,121 | 100 |
우리 | 11,786 | 1,889 |
외환 | 8,985 | 1,788 |
조흥 | 649 | 2,090 |
하나 | 3,838 | 200 |
한미 | 100 | 200 |
제일 | - | 21 |
2002년 10월말 현재 |
계열 투신사 위탁 비중 (단위:%) | ||
구분 | 은행계정(고유자산) | 신탁계정 |
국민 | 83.2(14.7) | 14(4.7) |
우리 | 60.3 | 47.9 |
신한 | 89.6 | 0 |
외환 | 99.9 | 0 |
하나 | 78.3 | 100 |
2002년 10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괄호 안은 최근 매각한 랜드마크투신운용 위탁분. 자료:금융감독원, 김부겸의원실 |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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