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제적인 경제 전문 조사기관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에서 4%대로 낮추는 등 성장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02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도소매 판매의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가율은 10월 7.0%에서 11월 4.8%로 떨어진데 이어 12월에는 1.9%로 낮아졌다.
특히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전월 대비 도소매판매 증감률은 12월에 -2.3%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2월 도소매판매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부문별로 보면 자동차와 연료는 19.8% 증가한 반면 도매는 1.1% 늘어나는데 그쳤고 소매는 2.2% 감소했다. 소매가 줄어든 것은 1999년 1월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소매 감소는 백화점의 매출이 11월 1.3% 준 데 이어 12월에 13.8%나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는 자동차와 일반산업용기계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 2.5% 증가했으나 11월의 증가율 6.2%에는 크게 못 미쳤다.
산업은행은 올해 1∼3월에도 기업들이 설비투자 여부를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 것으로 지난해 12월 내다본바 있다. 산은측은 2000년 3·4분기(7∼9월) 이후 자금사정 경기실사지수(BSI)가 설비투자 BSI를 계속 웃도는 등 자금사정이 풍부한데도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가 급속하게 위축되고 투자가 부진함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전문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5.4%에서 4.6%로 0.5%포인트 낮췄다고 28일 밝혔다.
EIU는 한국의 백화점 매출액이 11개월만에 처음으로 떨어지는 등 내수 성장률이 둔화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EIU는 그러나 2004년의 경제성장률은 종전의 전망치인 4.9%에서 5.3%로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5.3%와 5.7%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수가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임박하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금리를 낮추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자극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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