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아도 ROE 높으면 투자 OK"

  • 입력 2003년 2월 2일 18시 37분


‘빚 많은 기업 중에도 옥석(玉石)이 있다.’

부채가 많은 기업에는 왠지 투자하기가 꺼려진다. 기업에 뭔가 어려운 속사정이 있을 것 같고 또 부도가 날까봐 걱정도 된다.

그러나 부채도 부채 나름. 어차피 대출금리가 6%대까지 떨어진 덕에 돈을 빌려쓰는 게 큰 부담은 아니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빌린 돈으로 사업을 잘해 회사를 키울 수만 있다면 부채는 ‘빚더미’가 아니라 기업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부채’의 조건〓어쩔 수 없이 빚을 끌어쓰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빚을 끌어쓴다면 ‘좋은 부채’로 평가할 수 있다.

좋은 부채인지를 살피는 기준은 자기자본이익률(ROE). ROE란 기업이 자본을 사용해 사업을 했을 때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원의 자본으로 20원을 벌었다면 ROE는 20%가 된다.

6% 이자를 물면서 돈을 끌어썼는데 ROE가 2%밖에 안 된다면 이는 ‘나쁜 부채’다. 빌린 돈을 밑천 삼아 사업을 해 돈을 벌어도 이자를 다 못 갚는 셈. 대신 ROE가 20%쯤 되는 회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빌린 돈으로 6% 이자를 갚고도 14%를 남길 수 있기 때문.

기업이 빌린 돈을 사업하는 데에만 쓰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외환위기 직전 한보철강처럼 은행돈을 빌려 땅이나 사는 기업이라면 투자를 피해야 한다.

▽좋은 부채를 쓰는 기업〓부채비율이 184.3%(2002년 상반기 기준)인 신세계는 좋은 부채를 쓰는 대표적 기업.

유통업체의 경쟁력은 백화점과 할인점이 적재적소에 있느냐에서 나온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땅도 사고 건물도 지어야 한다. 신세계는 이런 투자를 위해 돈을 많이 빌렸다. 그러나 이런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까지 1890억원의 이익을 냈다. ROE도 유통업체로는 보기 드문 20%대.

생활용품시장 최강자인 LG생활건강(부채비율 152.9%·2002년 상반기 기준)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될 때 꽤 많은 부채를 떠 안고 나왔다. 그러나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시장을 완전 장악해 ROE가 31.84%나 되기 때문에 부채가 부담이 되지 않는다.

부채비율이 155.7%(2002년 상반기 기준)이지만 ROE가 40%를 넘는 현대모비스도 부채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빚을 잘 사용해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은 높은 성장성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이 높지만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의 금리하락기 주가변동률 (단위:%)
KOSPI지수중앙건설LG건설신성신세계현대모비스
2000.5.23∼2000.9.28-10.922.28.4-17.4117.960.6
2000.9.29∼2001.2.13-2.4-3.412.47.25.318.3
2001.5.1∼2001.10.11-11.4125.277.0184.124.830.0
2002.3.27∼2002.8.16-20.4-43.5-25.1-30.5-0.1-17.4
평균-11.325.118.235.836.722.9
대상기업은 2001년 말 기준 부채비율 200~300%, 2001년 영업이익 모두 증가
자료:대한투자신탁증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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