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칼스버그/두 엉덩이 사이 맥주잔이 있네

  • 입력 2003년 2월 3일 17시 22분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가 있을까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은 무엇일까요?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양주? 아니면 유명한 사람 누군가가 즐겨 마셨다는 수십년 된 브랜디?

아무리 비싼 술이라도 부어라, 마셔라 쏟아 붓는다면 그건 독주밖에 될 수 없지요. 술맛은 고유의 맛보다는 누구와 마시느냐,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더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벨기에의 TV와 인쇄매체에 나온 칼스버그 광고는 ‘맛있는 맥주’를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광고입니다.

맥주는 보이지 않고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중년 여자 두 명의 풍만한 엉덩이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 두 엉덩이 사이로 시선을 고정시켜보십시오. 노란 맥주와 하얀 거품이 가득 담긴 맥주잔이 보입니까? 좀 더 자세히, 숨은 그림을 찾듯이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작게 보이고 노란 맥주도 알고 보면 모래사장입니다. 바로 해변과 여성, 그리고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절묘하게 맥주잔 모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남편과 자식들을 두고 일상으로부터 떠나온 두 명의 여성이 바닷가에 앉아 자유를 만끽하며 들이켜는 초록색 병의 칼스버그 맥주 한 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 맥주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최고의 맥주일 것이라는 카피가 딱 들어맞습니다.

또 다른 광고 하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천장과 무드있는 램프 빛이 맛있는 맥주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창문을 살짝 열어 놓은 채 분위기 있는 램프 아래서 들이켜는 맥주 한 잔! 역시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가 또 있을까요?

모든 직장인들에게 ‘오늘 퇴근길에 맥주 한 잔 사들고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광고를 통해 칼스버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세계 최고의 맥주’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혔습니다.제품을 소비자의 삶과 감성에 녹아들도록 하는 광고, 모든 광고제작자들이 꿈꾸는 것이 아닐까요?

은명희 코래드 카피라이터 부장 sweetie@korad.co.kr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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