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 = 경영 투명도 … 지분높은 기업이 재정튼튼

  • 입력 2003년 2월 4일 21시 21분


‘외국인이 오래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

국내 투자자들이 종목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매 동향. 외국인이 사면 따라 사고, 팔면 따라 파는 투자를 반복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증권사들도 ‘외국인 매수종목 관심’ 등의 제목으로 보고서를 종종 내놓는다.

물론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얼마를 사고 파느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이 오래 보유하는 종목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

▽외국인 지분이 튼튼한 종목〓“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마구 팔아 한국 증시가 흔들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정작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을 살펴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마구 판 적이 거의 없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단 한 순간도 51%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아무리 반도체 경기 전망이 나빠도 항상 50% 이상을 유지했다. 국민은행이나 포스코도 마찬가지. 외국인은 지난해 두 종목에 대해 항상 67%와 58% 이상의 지분을 유지했다.

증권거래소가 제시한 외국인 지분 상위 10종목 가운데 제일기획 현대산업개발 LG생활건강 등 3종목을 뺀 7종목은 지난해 내내 외국인 지분 변동폭이 10% 이하였다.

▽외국인의 감시 속에 더 깨끗해진다〓외국인 지분이 높은 상위 기업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재무구조가 깨끗하고 기업이 투명하다는 점.

국민은행은 아시아머니, 에셋 등 외국 잡지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 기업지배구조 은행, 4년 연속 최우수 기업설명(IR) 활동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증권거래소가 선정한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뽑혔다. 신도리코 LG생활건강 등은 모두 고배당을 통해 기업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회사로 널리 알려졌다.

‘투명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좋아한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거꾸로 ‘외국인의 지분이 높아지면서 기업이 더 투명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순수한 투자자인 외국인들은 기업에 ‘이상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자신이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 즉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외국인이 기업에 더 투명한 경영을 요구하고 더 많은 배당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경제연구소 배수한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들의 감시 속에 적극적인 주주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 지분 상위 10개사 (단위:%)
회사최대주주(지분)외국인 지분
국민은행정부(9.33)69.78
포스코포항공대(3.70)61.63
삼성전자이건희(14.23)53.90
제일기획삼성물산(26.55)51.28
신세계이명희(32.57)48.79
현대산업개발정몽규(25.33)48.53
신도리코우석형(47.17)47.24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20.86)47.19
LG생활건강LGCI(30.17)45.30
롯데제과롯데알미늄(48.15)44.04
자료:증권거래소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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