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정상회담 하루前 2235억 전달

  • 입력 2003년 2월 5일 06시 43분


현대상선의 북한 지원자금 2235억원이 최종 송금된 시점은 2000년 6월12일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또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소액주주들은 ‘현대전자의 1억달러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당시 현대전자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현대전자로부터 1억달러를 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 옛 현대 계열사간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현대그룹 고위관계자는 4일 “2000년 6월7일 산업은행에서 4000억원을 인출한 후 8, 9일 이틀 동안 시중은행의 현대 보유계좌에 돈을 쪼개 입금했고 9일(금요일) 송금을 의뢰했다”며 “외국은행으로의 송금에는 하루가 소요되므로 이 은행에 열려있는 북한의 계좌에는 월요일인 12일에야 입금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은 2000년 6월10일 저녁 갑자기 ‘남한 손님을 융숭히 대접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12∼14일에서 13∼15일로 하루 늦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입금이 확인되지 않자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고 입금 확인 후 회담일정을 다시 잡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하이닉스반도체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의 오필근(吳弼根) 의장은 2000년 5월 당시 현대전자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민사 주주대표소송을 내겠다고 4일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자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었고 현대전자 사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박종섭(朴宗燮)씨였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반도체는 “1억달러의 행방은 현대건설이 밝혀야 하며 현대건설을 상대로 1억달러 상환을 요청하고 이를 거부하면 반환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현영(沈鉉榮) 현대건설 사장은 “2000년 5월 현대전자가 1억달러를 현대건설의 페이퍼컴퍼니인 알카파지로 보냈다는 것은 현대전자의 주장일 뿐 이 같은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두 회사의 공방 결과에 따라 ‘사라진 1억달러’의 진상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대표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북한에 2억달러를 송금한 현대상선의 소액주주들이 의뢰해오면 사건 진상규명과 주주대표소송 등 사후처리 과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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