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5%대 성장어렵다"

  • 입력 2003년 2월 5일 17시 46분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손질하는 작업을 잇달아 벌이고 있다. 이는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밝힌 성장잠재력 7%는 물론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던 5%대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연구기관의 전망치 수정작업과 국내외 경제동향을 좀더 지켜본 뒤 현재 마련해놓은 공식 전망치를 변경할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변수 악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별도의 경기부양책은 내놓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의 하향조정 움직임〓지난해 말 대부분의 국내 국책 및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경제환경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경제지표 전망치를 이보다 낮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화환율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원화가치 강세) 내수경기도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는 등 나라 안팎의 경제여건이 예상보다 더 나빠졌기 때문.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급속히 얼어붙어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朴在夏) 거시금융팀장은 “이라크전쟁이 빠른 시일 안에 끝나면 달러가치가 지금보다는 강세로 가고 국제유가도 떨어지겠지만 지난해 말 전망했던 성장률 5.5%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소비와 수출도 예상보다 부진해 성장률을 낮춰 잡는 방향으로 전망수정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이 5.6%에 이를 것으로 지난해 말 예상했으나 각종 변수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계획이다. 김기승(金基承)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평균유가와 환율을 각각 배럴당 25달러와 달러당 1200원으로 봤는데 생각보다 나쁘고 주가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쳐 전반적인 거시지표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성장률 전망이 4%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경제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데는 같은 의견이다. KDI는 1월과 2월의 각종 지표를 본 뒤 거시지표를 조정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외국계 투자기관에서는 이미 4%대 전망치 나와〓미국계 투자회사인 UBS워버그는 5일 시장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7%에서 4.3%로 낮췄다. UBS워버그는 “한국의 소비둔화속도가 빠르고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전문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5.4%에서 4.6%로 낮춰 잡았다.

또 미국 골드만삭스증권은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로 달러화를 떠받칠 외국인투자가 줄어들면서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어렵지만 경기 부양책은 없다”〓현재 정부도 국내 경제여건이 심상치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장영(李長榮) 경제부총리 자문관은 “미국은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경기침체도 이어져 달러약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성장률 경상수지 등 지난해 말 마련한 한국 경제의 각종 거시지표를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를 감안해 전반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경기부양책은 당분간 내놓지 않는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라크전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 경제 회복이 늦어지고 한국 경제도 타격을 받고 있지만 아직 경기활성화 대책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박병원(朴炳元)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새 정권 출범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지금 어떻게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며 경기부양책 마련설(說)을 일축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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