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美, 채용동결…금값폭등 "開戰전야"

  • 입력 2003년 2월 5일 18시 54분


내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예산이 지난해 의회에서 승인된 올 예산보다 무려 92%, 8억4200만달러나 늘어난다.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부문에 국방 및 조국안보 부문과 함께 SEC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지난해 잇달아 터져 나온 기업 스캔들에 큰 자극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만큼 예산이 늘어나면 SEC는 현재 3100명인 직원 수를 710명 더 늘릴 수 있으며 최신 컴퓨터를 갖추고 기업 비리를 파헤칠 수 있다.

특히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를 대거 채용하고 검사원도 늘려 뽑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미 의회가 정부의 이 같은 예산증액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SEC의 추가고용은 수개월 동안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어 감세와 대규모 재정적자를 전제로 한 내년 예산안을 쉽게 통과시켜 주지 않을 태세다.

뉴욕증시는 바야흐로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4일 증시에서 주가지수가 1% 이상 빠진 것도 그 때문이다.

위기가 있을 때 투자수단으로 각광받는 국제금값은 6년 내 최고치인 온스당 378달러까지 치솟았다. 제임스 터크 같은 금 전문가들은 전쟁 발발설 속에서 이달 중 국제금값이 434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금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중동과 북한에서의 긴장이 고조되기 때문.

월가 사람들은 당초 올해 금값을 온스당 평균 360달러 이하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터크씨는 국제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나서면 올 여름엔 600달러, 내년 2월엔 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보수적인 금 분석전문가인 존 두디는 “터크씨가 너무 공격적으로 본 것 같다”면서 “연말까지 450달러선이 최고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 등 불확실성은 실물 부문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채용계획을 동결하는 추세다. 또 고용동향 조사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사는 1월 중 감원규모가 13만2222명으로 전월의 9만2917명에 비해 42%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이 회사 대표인 존 챌린저는 “경기측면으로만 보면 고용을 늘릴 시점이더라도 이라크전이 곧 터질 가능성 때문에 많은 기업이 채용을 늦추고 있다”고 해석했다.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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