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만기(梁萬基·58·사진) 투자신탁협회 회장이 5일 협회 정기총회를 기념한 ‘전환기의 투신산업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쓴소리’를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고객들이 주로 가지는 의심은 ‘내 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지’ ‘회사나 판매직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고객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약관이나 법을 지키며 펀드를 운용하는 것인지’ 등등.
양 회장은 이어 한국 투신산업이 발전하려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투자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투자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를 고객이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장기투자가 안 되는 원인을 변덕스러운 한국 증시와 투자자에게 돌리지 말고 고객에게 돈을 벌어 줄 수 있도록 업계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방안은 △펀드 운용자와 판매자의 윤리교육 강화 △원칙에 따른 펀드 운용과 고객의 알권리 존중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문 운용인력 배출 △경쟁력이 있는 좋은 상품의 개발 등이다.
양 회장은 “‘월가에는 고객의 요트가 안 보인다’는 말처럼 브로커나 펀드매니저는 돈을 벌고 고객은 번 돈이 없다는 말을 듣지 말자”고 강조했다.
최홍(崔鴻·42)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선진 투신산업의 현황’에 대해 발표하면서 한국과 미국 투신업계의 현실을 비교해 설명했다.
전체 자산에서 자산운용사가 맡은 돈의 비중은 미국이 50%, 한국이 29%. 투신 상품에서 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49%인 반면 한국은 5%에 불과했다. 투신사의 개인고객 비중 역시 미국이 55%로 절반을 넘었지만 한국은 28%였다.
최 사장은 “투신권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들어와도 개인 돈이 적고, 그나마 주식에는 많이 투자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오갑수(吳甲洙)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장기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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