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 봅시다]화교 유치주역 3인 좌담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7분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가운데)과 한국화교경제인협회 원국동 회장(오른쪽), 장경국 부회장이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릴 8차 세계화상대회의 유치과정과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가운데)과 한국화교경제인협회 원국동 회장(오른쪽), 장경국 부회장이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릴 8차 세계화상대회의 유치과정과 의미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한국 내 화교(華僑)들이 2005년 8차 세계화상대회를 서울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고베(神戶)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극적으로 막판 뒤집기를 해냈다. 2년마다 열리는 화상대회는 전 세계에서 3000여명의 화교 비즈니스맨들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올림픽’으로 유명하다.》

대회 유치를 위해 홍콩 태국 등을 함께 다니며 ‘2인 3각’ 팀워크를 발휘했던 산업자원부 김재현(金在鉉) 무역투자실장과 한국화교경제인협회(화경협) 원국동(袁國東) 회장, 장경국(張慶國) 부회장이 만나 긴박했던 유치 과정과 대회의 의미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세계화상대회 사무국인 싱가포르 중화총상회에서 작년 2월 신청서 용지를 보냈을 때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3개국 중화총상회가 만장일치로 개최지를 결정하는데 태국과 홍콩은 공개적으로 일본을 지지한다고 했기 때문이죠.”(원 회장)

“작년 12월20일 대선 다음날 홍콩에서 총상회 지도부를 만났더니 ‘일본으로 거의 결정된 것 아니냐’고 말하더군요.”(김 실장)

실제 올 초까지만 해도 서울 유치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어떻게 막판 뒤집기를 했을까.

“개최 조건은 △개최지 중앙 정부의 지지 여부 △해당국 화교 대표단체의 신청 △적절한 대회 프로그램 △행사장 숙박시설 등 개최 도시의 여건 등 4가지입니다. 일본이 이번으로 3차례나 유치 신청을 해 ‘이번에는 일본에서 열게 하자’는 분위기가 일찌감치 일었지만, ‘일본에서의 개최가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 집중 공략했던 것이 주효했습니다.”(장 부회장)

“맞습니다. 홍콩에서 만난 총상회 간부들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것이 역력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일본보다 역동적인데다 한중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져 한국 개최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 실장)

“한국은 화교 자본의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되지요. 80년대 중반 홍콩에서 4년여간 상무관으로 근무하신 김 실장께서 유창한 중국어로 설득한 것도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게 한 것 같습니다.”(원 회장)

“일본도 유치를 바랐지만 재정경제부 산자부 문화관광부 장관과 서울시장의 추천서, 그리고 총리 친서를 각국에 보내는 등 한국 정부처럼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장 부회장)

참석자들은 서울 대회는 단순히 화상들의 모임에 그치지 않고 한국 및 한국경제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졌으나 화교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아직 화교를 차별하는 나라’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유치 과정에서 특히 동남아 화교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매우 높아져 앞으로 투자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2001년 중국 난징(南京)대회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세계 화상들에게 많은 신임을 받아 투자유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원 회장)

“중국이 유치하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50% 이상은 화교권 자본인데 반해 한국은 6% 대에 불과합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과 한국경제를 전 세계 화교 자본에 널리 알리면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김 실장)

원 회장은 특히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화교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부회장은 그러기 위해 이번 대회는 화상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전 세계 화상과 한국 내 기업인들이 보다 많이 교류,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행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화상대회가 이벤트성이라는 반성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이 약했다는 것이죠. 이번 대회 당일뿐만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도 비즈니스가 이뤄지도록 하는 계획이 대회 유치전에도 가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장 부회장)

“성공적으로 대회가 치러지면 한국 출신으로 해외에 나간 10만여명의 ‘재외 한국 화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화상들도 고향을 찾아 투자한다고 하는데 재외 한국 화교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죠.”(김 실장)

“물론입니다. 재외 한국 화교뿐 아니라 국내외 화교간 교류가 늘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입니다.”(원 회장)

화경협이 이번 대회 유치에 무엇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소수’였던 ‘한국 내 화교’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기대해서다.

“인도네시아의 화교는 인도네시아 국적이고 필리핀 내 화교는 필리핀 국적입니다. 한국 내 화교는 까다로운 귀화 요건을 통과하지 않는 한 대만 국적입니다.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라의 국적을 갖지 못하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할 것입니다.” 원 회장의 말에는 ‘그 무엇인가’를 향한 간절함이 가득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참석자▼

김재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 실장

원국동 한국화교경제인협회 회장

장경국 한국화교경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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