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추천 자금관리 요령…“돈주머니 세개로 나눠라"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25분



“딸 혼수자금을 마련했는데 한 달 정도가 남아 있어, 그동안 사서 돈 될 주식은 없을까?”

“석 달 뒤에 치를 새 집 잔금을 은행에 묵히고 있는데, 종목 하나만 찍어 줘.”

여의도 주식 전문가들은 종종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다간 딸 시집도 못 보내고, 새 집 자금도 날리기 쉽다.

위험이 따르는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할 돈과 다른 돈을 구분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어겼기 때문.

▽주머니 세 개를 만들라=강창희 PCA투신운용 투자교육연구소장은 “미국에서는 가계자산을 운용할 때 생계용 오락용 재산축적용 등 세 개의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쓰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말했다.

생계용 자금은 6개월∼1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돈과 자녀학비 등. 이자율에 관계없이 은행에 예금해 둔다. 이 돈으로 위험한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락용 자금은 자산의 10% 정도가 적당하며 개별 주식을 사고 파는 데 쓴다.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즐기고 잃어버려도 좋을 돈으로 구분하고 시작하는 것.

재산축적용 자금은 은행보다는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고 주식 직접투자보다는 덜 위험한 곳에 투자해 자녀양육비 결혼자금 주택자금 노후생활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 쓴다.

강 소장은 “재산축적용 자금은 주식형 채권형 수익증권이나 해외투자펀드 등 전문가가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간접투자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트레이딩자산 유동자산 투자자산 등 셋으로 나눠 관리한다. 트레이딩자산은 단기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돈. 외환이나 옵션연계상품 등에 투자한다.

유동자산은 강 소장의 생계형 주머니와 비슷한 개념이다. 가계자금과 긴급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예금 등을 이용한다.

투자자산은 재산축적용 주머니. 역시 주식형 채권형 등 펀드에 장기 간접투자한다.

▽정기적으로 주머니를 관리하라=강 소장은 “정기적으로 주머니에 든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고 자산 종류별로 미리 정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산축적용 주머니에 주식형 채권형 펀드를 절반씩 두기로 했을 경우 주가가 올라 주식형 펀드 자금이 절반을 넘으면 일부를 팔아 채권형 펀드를 더 사고 주가가 내리면 채권형 펀드를 일부 팔아 주식형 펀드를 더 사는 것.

변재성 씨티은행 반포지점장도 “시장 변동에 맞춰 주기적으로 자산재조정을 해 주는 것이 전략적 자산배분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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