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은 7.88%. 독일 영국보다는 낫지만 대만 태국 싱가포르 멕시코 등 신흥시장은 물론 일본 미국 등 선진국보다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5대 난치병을 고쳐야 증시가 살아난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나친 대외의존〓외환위기 이후 주가는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은 종합주가 600 아래에서 집중적으로 사들인 뒤 800 위에서 내다 팔아 이익을 낸다. 외국인은 상장주식의 35%를 갖고 있어 증시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증시 수급마저 외국인 손에 좌우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한국의 우량주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낮은 경영투명성〓외환위기 이후 개선된 것으로 믿었던 경영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불법적 대북 비밀송금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표기업들의 예고 없는 특별상여금 때문이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작년말부터 잇따라 터진 악재로 외환위기 이후 개선됐던 경영투명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탕·초단기 투자〓주가가 10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이자 주가지수선물, 옵션에서 한탕을 노린 초단기 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올 들어 거래소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조6370억원. 반면 선물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9조9063억원으로 거래소의 6.05배나 된다. 선진국의 2∼3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
▽장기 투자자 부재〓장기투자를 하는 연기금, 생명보험, 투자신탁 같은 기관은 심리적 공황(패닉)이나 돌출악재 등으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는 주식을 사고, 증시가 과열됐을 때는 주식을 팔아 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관은 정반대다. 주가가 하락하면 모두 함께 손절매(loss-cut)에 나서 주가를 더 떨어뜨리고, 주가가 오르면 추격매수에 나서 과열을 부채질한다. 기관과 증시가 공멸하고 외국인의 지배력만 자꾸 커진다.
▽정부의 낮은 위기관리 능력〓금융감독위원회 김용환 증권감독과장은 “단기자금이 370조∼380조원에 이르지만 불확실성이 많아 증시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며 “외부요인으로 투자심리가 불안해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가람투자자문 박경민 사장은 “미국-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는 단기에 해결되기가 쉽지 않아 한국 경제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리스크로 여기지 말고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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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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