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내려도 증시는 차분…평가재료 이미 반영

  • 입력 2003년 2월 12일 19시 07분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두 단계 떨어뜨렸다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 증시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소식이 전해진 11일 종합주가지수는 1.27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그리고 12일에는 오히려 지수가 7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580선을 회복했다.

증시는 예고된 악재보다 갑자기 터진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사실은 정부조차도 발표 1시간 전에야 사실을 확인했을 정도로 급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왜 이 사건이 증시에 그다지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시간의 차이〓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과 한국 증시 주가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 물론 주가나 신용등급 모두 한국 경제 전반을 종합해 평가하는 지표이긴 하다. 그러나 두 지표는 경제를 진단하는 시간대가 완전히 다르다.

주가는 경기를 먼저 반영하는 선행(先行)지표인 반면 신용등급은 ‘저 나라 경제가 어떤 상황인가’를 확인한 뒤 결정을 내리는 후행(後行)지표 성격이 강하다. 이미 다 일어난 일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뒷북 성격’의 지표인 셈.

주가는 보통 경기보다 3개월 정도 먼저 움직이는 반면 신용등급 평가는 경기보다 한달 정도 늦게 발표된다.

이번 무디스의 발표는 신용등급 자체를 떨어뜨린 게 아니라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것이어서 실제 신용등급 조정보다는 2개월 정도 빨리 한국 경기를 진단한 셈이다. 그렇다 해도 이 전망이 실제 경기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가지수를 앞질러서 한국 경제를 진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디스가 문제를 삼은 북한 핵 문제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증시에 반영된 재료라는 사실만 봐도 두 지표의 시간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전망〓11일과 12일, 의외로 한국 증시가 무디스의 충격 발표를 잘 견디자 전문가들도 무디스의 발표를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교보증권 박석현 애널리스트는 “무디스의 발표는 투자자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무디스의 발표로 주식을 대거 팔아치울 것이 염려됐던 외국인투자자들도 12일 3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동원증권 강문성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신용등급과 주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보다는 현재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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