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3). 디노미네이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울하다. 아직까지 ‘내 집 마련’도 못했는데 화폐 단위가 바뀌면 부동산값은 화폐가치보다 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
디노미네이션이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부유층은 화폐단위 변경이 ‘화폐개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서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것.
▽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싼 궁금증〓현재 진행되고 있는 화폐관련 논의는 고액권 발행과 디노미네이션. 디노미네이션이란 예를 들어 10원을 일괄적으로 1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통용되는 화폐의 숫자 단위가 너무 커 결제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국은행이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국내의 두 차례 화폐단위 변경이 화폐개혁이었다는 점. 사용하고 있는 돈(구권·舊券)을 새 돈(신권·新券)으로 바꿔주면서 자금 출처를 밝히게 하거나 일부 예금을 동결했었다.
그러나 현재 검토 중인 화폐단위 변경은 다르다. 한국은행 정민교 발권정책팀장은 “기계적으로 화폐단위를 바꾸는 것”이라며 “화폐개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유로화 통합으로 디노미네이션이 일어난 일부 국가에서도 △물가상승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는 일은 없었다는 설명. 하지만 결정권을 쥔 재정경제부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디노미네이션보다 10만원짜리 고액권을 도입하는데 더 긍정적이다. 한은 박철 부총재도 “디노미네이션까지 갈 길이 멀다”며 “고액권 발행은 정부 승인으로 가능하지만 화폐단위를 바꾸려면 국회에서 ‘긴급통화조치에 관한 법’을 바꾸고 난 뒤에도 3∼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나〓하지만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하나은행 김성엽 PB지원팀장은 “부유층은 돈을 바꾸면서 모든 자산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등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액면분할도 이론과 달리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현실 경제에서는 3억원짜리 집이 3000만원으로 시장에 나왔을 때 ‘착시현상’과 ‘심리’에 따라 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디노미네이션이 무산될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며 “성급히 자산을 옮길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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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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