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재계 일을 내 일처럼"…전경련 부회장에 현명관 일본담당회장 추천

  • 입력 2003년 2월 12일 19시 25분


삼성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일에 발벗고 나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경제계에 따르면 손길승(孫吉丞) SK회장이 신임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데 이어 손병두(孫炳斗) 상근 부회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는 삼성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적극적인 지지로 신임 회장에 추대된 것은 전경련과 삼성이 모두 인정한 사실. 손 부회장의 사퇴에도 삼성그룹 등 재계의 권고가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전경련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을 포함한 일부 재계 인사들이 최근 손 부회장에게 사퇴 의사를 정중하게 타진했다”면서 “손 부회장이 그동안 재계와 전경련을 위해 일을 잘해왔으나, 손 회장 체제 이후에도 정부와 재계가 마찰을 빚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을 손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손 부회장의 뒤를 이을 전경련 상근 부회장으로는 삼성의 현명관(玄明官·사진) 일본담당 회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손 회장은 12일 “4대 그룹에 적임자 추천을 요청했으며 이를 토대로 20일 회장단 회의에서 새 부회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은 회장직을 수락하기 전인 지난달 삼성의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자금과 사람을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삼성측은 이를 약속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SK의 지원만으로는 재계 일이 벅찰 것 같아 돈은 물론 사람도 지원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이 같은 활동에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해 직접적인 예봉을 피하면서 전경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 삼성은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 가운데 어느 한 가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정책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경우 기업과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대 전제는 새 정부가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만 현실을 정확히 알고 의견 교환에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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