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여 인간사회에서 ‘주고받음’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기업 기능의 기본이다. 이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기업인들은 (1)소비자의 필요를 인식하는 감수성, (2)필요에 맞는 제품을 생각(상상)해내는 상상력, 그리고 (3)상상력의 기술적 타당성을 실험하는 탐색시행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다 기울여도 기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들 고개 셋을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 이라는 이름의 강(江)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사례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자.
# 6면체 수박,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은 일본의 어느 농부가 개발해낸 6면체 수박이다. 둥근 수박은 굴러다니기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는 불편에 대한 ‘감수성’이 6면체 수박을 ‘상상’하게 했고, 어린 수박을 육면체 플라스틱 용기 속에 넣어 길러내는 ‘탐색시행’이 성공하여 2001년 이들 수박이 시장에 나온 것이다.
그해 6월 15일자 USA투데이지는 이 사진을 제1면에 실었고, 이들 수박의 가격은 1개에 82달러라고 보도했다. 플라스틱 용기의 개발과 그 속에서 수박을 기르는 데 들어간 노력 및 시간 코스트가 그 만큼 컸기 때문에 그렇게 비쌌을 것이다. 그 후 이 수박이 많이 팔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보통 수박에 비해 보관하기 쉽다는 것은 6면체 수박의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가치가 82달러라는 ‘가격’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가치만 보고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는 가치뿐만 아니라 가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능력을 창조성이라 정의하고, 가격 즉 코스트를 낮출 수 있는 능력을 생산성이라 부르자. 창조성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능력이고, 생산성은 제품 단위당 들어가는 코스트 즉 원자재, 시간, 노동력 같은 자원의 소모량을 줄이는 능력이다. 기업이 내놓는 제품이 성공하려면 기업은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발휘해야 한다.
독일 바이마르에는 괴테와 쉴러가 다정히 손잡고 있는 동상이 있다. 괴테와 쉴러는 18세기 독일 문단의 두 거장이었다. 생존시에 이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난형난제(難兄難弟)였다.
그래서 누가 괴테에게 물었다고 한다. “당신 괴테와 쉴러 두 사람 중 누가 더 위대한 작가요?”
이 질문에 괴테는 “더 위대한 어느 하나보다, 누가 더 위대한지 모르는 둘이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소!” 하고 대답했다 한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창조성과 생산성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답도 이와 같을 것이다.
중진국 시절 우리나라는 창조성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더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창조성과 생산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창조성과 생산성을 하나로 조망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어 보자.
서울대 경영대학과 교수 yoonsc@plaza.su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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