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8번 판매왕 오른 LG전자 김정애씨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22분


어떻게 하면 영업직원으로 10년 동안 일하면서 8년 동안이나 ‘판매왕’에 오르는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2000년 6월 LG전자의 주부판매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2002년 연속해 LG전자의 ‘주부 판매왕’이 된 김정애씨(48·사진). 그는 91∼97년 D사의 주부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도 6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직장생활의 80% 동안 줄곧 1등만 한 셈.

지난 2년 동안 그가 혼자 팔아치운 전자제품의 매출은 총 68억원으로 평균 대리점 매출액의 두 배다. 사내에서는 ‘움직이는 대리점’으로 불린다. ‘관리’하는 고객만도 3000명에 이른다. 그에게 특별한 점이 뭐가 있기에.

그는 “내 방식대로 주장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고객과 이야기할 때 고객에게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 “고객과 다른 생각을 말하면 ‘괘씸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고객은 너무 똑똑한 사람을 싫어해요.” 그러고 보니 김씨는 스스로를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기자에게도 필요한 말만 천천히, 조금은 어눌하게 털어놓는다. 어쩌면 이런 행동은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천성인지도 모른다.

초기엔 친구의 소개로 판매하러 갔다가 카탈로그도 내보이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경우도 있었지만 친지로부터 ‘배신’을 당한 뒤 모든 게 달라졌다. 대리점에 와 계약까지 한 뒤 물건이 공장에서 나오자 “살 수 없다”고 통보해 온 것.

“1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한 뒤 결국 밤낮으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팔았습니다. 이후 다시는 연고가 있는 사람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죠.”

그는 당시 입주가 시작되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 날마다 아파트 한 동을 정해 찾았고 성과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서서히 가정 판매의 한계를 깨달았다. 판매물량이 적어 한번 시장을 뚫으면 대규모로 팔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답은 빌라나 오피스텔 건축 현장. 주부들이 갖고 싶어하는 식기세척기나 김치냉장고를 덤으로 주면 잘 팔릴 것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건축업주들에게 설득시킨 것. 그는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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