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B2B(기업 대 기업) B2C(기업 대 개인) C2C(개인 대 개인) B2G(기업 대 정부) 등 온갖 개념의 장터를 앞다투어 만들어냈고, 상당수는 직접 ‘마켓’(상점)을 만들었다.
요즘 인터넷 업계에서는 인터넷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e마켓플레이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가가 활용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인 ‘e마켓플레이스’ 기업인 옥션이 드디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옥션의 성공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초창기 때의 명제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생각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Winner takes it all)는 것.
▽단순하게 바꿔라=1998년 인터넷 경매 사업을 처음 시작한 옥션은 다른 인터넷 기업과 마찬가지로 직접 거래에도 손을 댔다. 물건을 골라다 진열하기도 하고 배송도 하며 고객의 불만을 처리했다. 그러나 적자는 계속됐다.
2002년 3월. 옥션은 전자상거래를 직접 하지 않는 대신 장소만 제공하기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험이었다. 제품과 배송망 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중개만 해준다? 그리고 수수료만 받는다? 직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경영은 성공한다=2002년 7월, 이재현 사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데이터분석팀’을 강화했다.
“똑똑한 사람 둘”을 배치시켜 그때그때 인터넷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들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도록 했다. 처음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입찰에 참여하기까지 시간, 실제 물건을 산 뒤 재 구매할 때까지의 시간차, 구매 금액, 특정시기에 가입한 회원들의 행동유형과 그 같은 행동유형을 유발시킨 당시의 마케팅 기법과 사이트 구성, 개선해야 할 점 등. 두 명의 분석팀은 매일 100여 가지의 1차 분석결과와 200여 항목의 2차 분석결과를 현업 부서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막연히 감각에 의존하는 데 더 익숙했던 직원들은 입이 벌어질 정도로 과학적인 데이터가 나오자 ‘된다’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분석결과에 따라 순발력 있게 고객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1000원짜리 TV=옥션에서의 쇼핑은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사고 파는 게임’이다. 최근 실시한 1000원 경매. 옥션은 한 판매상이 내놓은 시가 200만원 상당의 TV의 최초 입찰가를 1000원으로 정했다. ‘운만 좋으면 TV를 몇 천원에 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긴 소비자들이 앞다투어 응찰했고, 사람들은 남이 올린 가격을 보면서 일종의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종료 몇분 전까지 경쟁적으로 입찰이 이뤄진 결과 TV는 정가보다 높은 값에 팔렸다.
쇼핑에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해 소비자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느꼈고, 판매자는 예상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파는 즐거움을 맛봤다.
▽매일 김치 1t=지난해 매출액 500억원에 영업이익 125억원을 기록한 옥션에서는 7초마다 옷 한 벌씩 팔리고 있다. 그리고 40초마다 화장품 한 개, 1분16초마다 공CD 한 세트, 1시간마다 TV 5대와 디지털카메라 8대가 팔리고 있으며 매일 장난감 58개, 신발 49켤레, 김치 1.1t, 애완동물 28마리가 거래된다.
이 사장은 “이제 경매 분야는 됐다”며 “앞으로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들과 경쟁을 벌여 또 한번 승자로 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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