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직후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재벌개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손길승(孫吉丞) 신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앞세워 정부와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던 것도 잠시. 검찰의 SK그룹 전면 수사에 재계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태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현실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상속증여세 포괄주의, 증권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한제 등 재벌개혁 과제들을 마냥 반대만 할 수는 없다는 것.
전경련은 손 회장이 취임 직후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면서 시행상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에 따라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이 팀은 재벌개혁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요구 사항이 무엇이고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어차피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는데 반대만 한다고 제도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작용만 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반대할 때는 야당의 힘을 믿었지만 요즘은 야당 역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지 못한다고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상속증여세 집단소송제 출자총액제 등이 기업들에 아프긴 하지만 마음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면서 “금융계열사들의 의결권 제한 등은 국익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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