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부당내부거래 적용 형평성 논란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53분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의 SK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에서 동일한 사안을 검찰과 함께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SK증권의 유상증자 및 JP모건과 이면계약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했으나 부당성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의 관계에다 형평성 논란도 만만찮아 공정위의 판단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형평성 논란=JP모건은 1999년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SK증권 주식 2400만주를 주당 4920원에 사들였다. 당시 JP모건은 3년 후 주식을 SK계열사를 통해 주당 6070원에 되팔 수 있도록 이면계약을 했다.

2002년 SK증권 주가는 폭락했고 SK글로벌 해외법인은 JP모건에 손실을 보전해줬다. 워커힐호텔과 SK캐피탈도 JP모건의 주식을 대거 인수했다.

결국 SK그룹이 계열사인 SK글로벌 등을 동원해 SK증권을 지원한 셈이다. JP모건을 간접 지원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간접 지원을 부당내부거래로 판단한다면 외환위기 이후 재벌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적자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행위가 모두 부당내부거래가 된다는 게 형평성 논란의 핵심이다.

김한진(金漢進)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적자인 기업의 유상증자에 같은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SK그룹과 다른 그룹의 차이는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이 직접 또는 간접 여부”라고 말했다.

공정위 당국자는 “SK증권 주가가 1999년 이후 폭등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랬다면 SK글로벌 등이 JP모건의 손실액을 대신 물어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형평성을 떠나 잘못된 행위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조홍래(趙洪來) 동원증권 부사장은 “주식시장에서 기업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계열사 지원 등 기업지배구조”라며 “외환위기 이후 적자 계열사 지원이 많았다고 해서 그런 행위가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 판단이 결정=박상룡(朴商龍)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공정위는 고발만 하고 최종 판단은 검찰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지만 검찰이 요구하면 고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이 부당내부거래로 고발을 요구해온다면 공정위는 검찰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이미 부당내부거래로 판단이 쏠리는 셈이다.

한편 공정위가 SK그룹에 과징금을 물린다면 그 규모는 최고 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K계열사가 부담한 JP모건의 손실액이 1091억원. 공정거래법은 지원성 금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정위 당국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물릴 때는 검찰에 고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검찰의 고발 요청이 있으면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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