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특허공시는 주식시장에서 실적향상은커녕 단기간의 주가 상승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돈 되는 특허’와 ‘돈 안 되는 특허’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돈 되는 특허〓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샘 방지용 날개 특허가 대표적인 사례. 이 회사는 쌍용제지와 LG생활건강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년간 소송을 벌인 결과 13일과 14일 모두 939억원의 1심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증시전문가들은 유한킴벌리가 대한펄프 등과 진행 중인 비슷한 소송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손해배상 규모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이 확정되면 유한킴벌리의 모회사인 유한양행도 작년 당기순이익의 65%에 이르는 300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얻는다.
한미약품도 97년 따낸 면역억제제 관련 특허로 연간 7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다국적제약업체인 노바티스사에서 매년 받는 500만달러의 로열티가 포함돼 있다.
한미약품은 또 고혈압 치료물질 암로디핀의 제조방법에 대한 미국 특허를 취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암로디핀은 작년 세계시장에서 37억달러, 국내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의약품으로 앞으로 전체 매출액의 1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돈과 거리가 먼 특허〓선도전기는 95년 12월 이후 디젤자동차의 매연을 줄이는 장치에 대한 특허를 7차례 이상 공시했다. 똑같은 내용의 특허 공시가 중국 영국 싱가포르 등 나라 이름만 바뀌며 되풀이된 것.
하지만 이 회사는 아직까지 특허와 관련해 1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 주가도 2년가량 하락세. 제품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특허취득을 공시한 상장기업은 26개에 이르지만 주가는 당일에만 반짝 상승했다가 곧바로 제자리로 내려앉았다.
환인제약은 지난달 28일 발기부전치료제 등에 대해 3건의 특허공시를 한꺼번에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영진약품도 6일 일본에서 위궤양 치료제 관련 특허를 받았다고 공시했지만 당일에만 6% 정도 올랐을 뿐 이후 5일 연속 떨어졌다.
동원증권 김지현 애널리스트는 “기술이 상용화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있지만 핵심 기술에서 벗어난 특허를 ‘일단 내고 보자’는 식으로 출원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호성 애널리스트는 “특허는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로 이어져야 기업에 이익”이라며 “일반인은 단기간에 특허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신제품을 통해 특허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02년 코스닥 등록기업의 특허공시 상위 건수 | |||
기업 | 특허공시건수(건) | 수익률(%) | 지수 대비수익률(%p) |
씨앤에스 | 18 | -48 | -5 |
주성엔지니어링 | 15 | -73 | -30 |
동양반도체 | 13 | -74 | -31 |
아큐텍반도체 | 12 | -76 | -33 |
다산씨앤아이 | 11 | -81 | -38 |
바이오스페이스 | 10 | -35 | +8 |
실리콘테크 | 10 | -75 | -32 |
선양테크 | 10 | -52 | -9 |
기간은 2002년 1월 2일~12월 30일. | |||
자료:코스닥 증권시장 |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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