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말 주가지수가 1,000을 오르내릴 때, 2000년 말 예상지수 설문조사가 있었다. 당시 들뜬 분위기론 94년의 사상 최고치 1145의 경신은 시간문제였다. 그래서인지 많은 전문가들이 1,300이나 1,600 또는 많게는 2,000을 말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런 대답들을 무리하다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 마침내 발표된 정답은 딱 반 토막이 난 500. 돌이켜보니 장난삼아, 또는 한잔 먹은 김에 500이라 했던 사람만 맞힌 꼴이 돼 버렸다. 난해한 분석에 근거, 거창하게 예언(?)한 사람들을 당당히 제치고 말이다.
그렇게 2000년이 지나고 2001년엔 비극의 9·11 테러가 발생했다. 세계경제가 그러잖아도 불황 초입단계였는데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격이라고들 했다. 시장은 이제 도저히 그 추락의 끝을 논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처참한 잔해 위로 연일 연기만 가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지켜보며 우리도 맥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런데 웬걸, 바로 그 즈음부터 장은 뜨기 시작했다. 마치 깔깔 ‘웃고 싶던 놈’ 겨드랑이를 간질여 준 듯이…. 틀렸으면 한동안 잠수나 하고 있지 사람들은 그 새를 못 참고 금방 또 얼굴을 내밀었다. 견딜 수 없이 달콤한 독(毒), 소위 ‘낙관론’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말이다.
그리고 2002년, 시장은 4월이 되자 대망의 1,000을 넘봤다. 이제 대세상승은 기정사실, 누군가 1,500을 얘기하자 금세 온 천지가 감염됐다. 너도나도 연말지수 1,500을 너무 당연한 듯 여겼다. 간만의 공돈에 헤퍼진 씀씀이를 두고 내수호황 운운, 자만이 과하지 않나 싶던 터에….
결정적으로 불길한 조짐이 보였으니 바로 ‘삼성전자 적정주가 100만원’ 보고서의 출현이었다. 2000년 7월에도 그런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온통 코피가 났었는데 하고 마음을 졸이는데…. 말이 씨가 됐는지, 그렇게 좋다던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연말은 결국 627로 끝났다. 1,500은 그새 날짜가 연기됐는지 온다 간다 더 이상 말도 없고….
여기까지가 최근 몇 년 우리 성적표다. 오른다 하니 내리고, 내린다 하니 오르고, 또 오른다 하니 그제서야 또 내리고….
이제 2003년. 여기선 어느 쪽인가? 위쪽, 아래쪽? 800, 500? 솔직히 이젠 정말 지치지 않는가. 오른다 내린다 아무 영양가 없는 입씨름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수박 겉만 핥고 있을 텐가, 도저히 단물이 안 나오는데.
자, 훌훌 털고 나와 같이 신나는 여행이나 한번 떠나 보자. 저기 멀리 시카고를 돌아 다시 서울로, 투자의 진정한 본질을 찾아서 말이다.
▼김지민 대표는 ▼
▽경남 합천 출생
▽부산 브니엘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원장(이사)
▽현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
▽저서 '김지민의 성공투자클리닉' 등
시카고투자컨설팅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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