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브랜드의 힘' 키워라…백세주같은 대표브랜드 적어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55분



“코스닥시장에는 증시를 지탱해 줄 ‘브랜드’ 있는 기업이 없다.”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약 35% 떨어졌지만 코스닥지수는 55%나 하락했다. 오를 때는 비슷하게 오르는데 폭락할 때에는 코스닥이 훨씬 더 떨어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 가운데 경기가 나쁠 때에도 꾸준한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브랜드 있는 경기 방어주의 위력=경기가 나쁠 때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다. 돈이 많을 때는 소비자들이 이것저것 다 사지만 돈이 없으면 브랜드로 포장된 믿을 만한 제품 하나만을 선택한다. 또 브랜드 위력이 있는 제품은 경기가 안 좋을 때도 덤핑 판매를 할 필요가 없어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

이런 기업이 많을수록 증시 전체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코스닥에 비해 시장 침체기에 잘 버티는 것도 이 때문.

맥주하면 하이트맥주(하이트맥주), 샴푸하면 드봉(LG생활건강), 과자하면 초코파이(동양제과), 피로회복 드링크하면 박카스(동아제약), 할인점하면 이마트(신세계) 등 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이 거래소에는 적지 않다.

▽코스닥에도 있어야=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소비자에게 ‘아, 그 제품’하고 떠오르는 업계 1위의 브랜드는 많지 않다.

안철수연구소의 V3나 국순당의 백세주 정도를 빼면 업계 2, 3위 정도로 인식되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돋보이는 기업이 거의 없는 실정.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가 조금만 나빠져도 코스닥 기업의 실적은 크게 악화된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너도나도 할인판매에 나서는 탓에 수익성마저 크게 나빠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브랜드를 가꾸고 키우려는 의지를 가진 기업이 코스닥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지적. 실제 이런 노력을 통해 브랜드를 키우고 지켜온 사례도 있다.

직원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 인력으로 유지하며 십수년째 중고교 참고서 시장 1위의 브랜드를 지킨 능률영어사나 ‘약주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백세주’ 브랜드를 끊임없이 키워온 국순당 등이 좋은 예.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우며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며 “내수뿐 아니라 IT 분야에서도 업종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키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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