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미국식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신한 한미 하나 국민 조흥 외환 등 국내 은행들은 최근 ‘상위 10% 고객이 은행 전체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PB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차별성이 없으며 고객에게 권유하는 상품도 은행권에 치우친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성공경험을 가진 씨티그룹의 전략은 다르다.
우선 광범위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국내은행과 차별된다. 씨티은행의 정기예금 및 미국 달러화옵션 연동계좌 등 은행 상품 외에 푸르덴셜과 ING생명의 보험상품도 취급한다.
씨티가 내세우는 강점은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등 투자상품.
이재형 씨티그룹 PB 한국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면 뜻밖에도 좋은 상품이 많이 있다”면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처럼 전 세계 금융회사 상품을 한데 모아놓고 장단점을 비교해 고객에게 보다 나은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것.
국내은행의 PB는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해 자신이 속한 은행이나 투신사의 상품을 주로 권유하기 때문에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 대표는 “메릴린치증권에서 근무할 때 고객에게 메릴린치 상품을 권유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다른 회사에 더 좋은 상품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자신의 판매수수료 수익을 위해 자사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철저히 금지돼 있다는 것.
씨티는 자산관리 외에 사업상속 및 승계, 기업합병, 사회공헌 프로그램 알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일단 5명의 직원으로 출발했으며 고객에게 여러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인당 고객 수를 50명으로 제한한다.
이 대표는 “고객유치를 위해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KPMG(회계) 매킨지(컨설팅) 메릴린치증권(개인고객관리) 피델리티(자산운용) 등에서 16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