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침체 경보'…1월 무역수지 3년만에 적자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14분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올 들어 월별 무역수지가 3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서고 실업률은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여기에 국제유가는 계속 치솟고 있고 물가불안도 심상찮다. 최근 대내외 악재와 불확실성으로 내수와 투자가 이미 얼어붙은 점을 감안하면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빨간 불’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최근의 국내외 경제 상황과 관련해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데다 내수도 침체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올 1·4분기에는 적자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경제에도 ‘더블딥 현상’(잠시 경기가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경제는 ‘심리적 요인’ 운운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무역수지=그동안 흑자행진을 거듭하던 무역수지가 지난달 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바뀐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20일 관세청이 발표한 1월 수출입실적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8700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월별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200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 초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잠정치에서는 1월에 4800만달러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으나 최종집계 결과 적자로 돌아섰다.

또 산자부가 집계한 이달 1∼19일의 수출은 73억4000만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92억2400만달러로 수입이 18억8400만달러가 많아 2월에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박봉규(朴鳳圭)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2월 수출은 135억달러 안팎에 그치겠지만 수입은 14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 최소 5억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업률 상승, 특히 ‘청년실업’ 심각=최근 경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되면서 고용상황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중 취업자는 전월보다 2.2%(49만명) 줄어든 2156만2000명, 실업자는 12.4%(8만7000명) 증가한 78만9000명이었다.

이에 따라 1월 실업률은 한달 전보다 0.4%포인트 높아진 3.5%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대(20∼29세) 청년층의 실업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월 중 20대 실업률은 한달 전보다 1.5%포인트 높아진 8.1%로 2001년 3월(8.2%) 이후 최고치였다. 이는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1월에 20대 실업자 수는 6만6000명이나 늘었다.

최근 ‘청년실업’이 유난히 급증한 것은 경기위축에다 각 기업이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보다 ‘검증된 경력직원’ 위주로 채용관행을 바꾼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유가와 국내물가 상승=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 등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37달러를 넘으면서 1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9일 현지에서 거래된 WTI 가격은 배럴당 37.17달러로 전날보다 0.30달러 올랐다. 이는 걸프사태 당시인 90년 10월 16일의 38.89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이 가장 많이 들여오는 유종(油種)인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도 전날보다 0.56달러 오른 배럴당 30.27달러로 다시 3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열흘간의 두바이유 ‘10일 이동평균 가격’은 하루 전보다 0.17달러 오른 29.87달러로 30달러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월 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원재료 중간재 가격은 전월 대비 1.0%, 작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원재료의 경우 밀 옥수수 등 수입 농림수산품은 내림세였으나 원유가격이 미-이라크전쟁가능성으로 크게 올라 전월 대비 3.1% 급등했다. 중간재는 전월 대비 0.7% 올랐는데 이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석유제품(4.7%), 화학제품(0.9%), 금속1차제품(0.7%) 등이 오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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