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 “증여세 부과는 정당”…삼성 “법적 문제없어”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14분


국세심판원은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 등에 대해 국세청이 2001년 4월 510억여원의 증여세를 물린 것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행정소송을 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증여세 논란은 법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세심판원 결정 나오기까지=국세심판원 한정기(韓廷基) 원장은 “21일 열린 심판부 회의에서 국세청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다만 국세청의 증여세액 계산방식에 일부 잘못이 있어 이 상무 등에게 이미 낸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도록 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한 원장은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당시 인터넷 등에서 거래된 주식가격을 ‘시장가격’이라고 본 국세청의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논란은 이 상무와 이건희 회장의 세 딸,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을 비롯한 임원 2명 등 모두 6명이 1999년 2월 삼성SDS의 BW 321만6738주를 주당 7150원에 인수한 일이 발단이 됐다.

이 일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발행 당시 인터넷에서 거래된 삼성SDS 주가가 5만4000∼5만7000원”이라며 “삼성SDS의 기존 대주주(주로 삼성 계열사, 이 상무 등도 포함)들이 사실상 주식을 시가보다 싼값에 이 상무 등에게 넘겨 이득을 보게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또 “인터넷 거래가격과 인수가격의 차액만큼을 증여로 봐 세금을 물리라”고 국세청에 촉구했다.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여 인터넷 거래가격인 주당 5만5000원을 적용, 이 상무 등이 1200여억원을 증여받았다고 보고 세금 510억여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삼성측은 “인터넷에서 일부 퇴직자나 직원들 사이에 거래된 가격을 ‘시장가격’으로 볼 수 없다”며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삼성측은 “시장가격이 없을 때 적용하도록 증여세법에 규정된 비상장주식의 가치계산방법에 따라 계산한 주당가격이 7150원이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 처분은 부당하다”고 맞서왔다.

▽향후 파장과 전망=재계는 국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이 새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추진, 검찰의 SK 수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방침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는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배경과 연관성에 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재계는 특히 이번 결정이 삼성SDS의 BW 발행과 관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는 사건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SDS가 이 상무 등에게 BW를 ‘헐값’에 넘긴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며 이 회사 임원들을 서울지검과 서울고검 등에 고소했다. 검찰이 이를 불기소 처분하자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는 BW ‘헐값’ 발행을 부당내부거래로 규정, 삼성SDS에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서울고법에서 패소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헌법소원과 대법원에 계류된 소송은 이번 결정과는 쟁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치산정방식 주장
구 분주당 가격산정 근거
삼 성7150원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 가치산정 방식
국세청5만5000원발행 당시 인터넷에서 거래된 가격
국세심판원5만5000원 미만원칙은 국세청이 타당, 그러나 신주가 발행되면 주가가 떨어지는 점도 함께 감안

천광암기자 iam@donga.com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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